제주 출장 중 해안가의 현무암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거무튀튀하고 투박한 살결에 숭숭 뚫린 구멍들. 화려하게 반짝이는 화강암에 비하면 현무암은 미완성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투박한 돌은 가장 역동적인 창조의 순간을 담고 있다. 물질은 고체·액체·기체로 나뉜다. 경이로운 지점은 상태가 바뀔 때다. 질서와 무질서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혼돈의 가장자리’다. 액체가 기체로 변하려고 꿈틀대는 그 임계 상태는 불확실하고 불완전해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 뜨거운 용암이 공기와 만나 급격히 식으며 가스를 내뿜던 그 혼돈의 찰나, 현무암은 비로소 다공성이라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얻는다.
봄날의 캠퍼스에는 새로운 시작의 설렘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공존한다. 예측 불가한 인생의 항로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들어주는 것뿐이라 종종 미안해진다. 그들은 지금 가장 역동적인 혼돈의 가장자리를 지나고 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세상에 역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산된 논리를 넘어서는 인간 고유의 결핍과 그 여백에서 던지는 깊은 질문이다. 이는 정해진 규칙 밖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인간만의 창조적 변칙이다. 이미 단단히 짜인 화강암은 견고하지만 새로운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반면에 현무암은 비어 있기에 채울 수 있고, 정해지지 않았기에 무한하다. 창조성은 모든 것이 규정된 완벽함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틈새에서 비로소 싹튼다. 결핍이 크고 투박할수록 그 안에 담아낼 수 있는 세상은 더욱 넓고 다채로워질 것이다. 지금의 방황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겉보기엔 거칠고 성글어 보일지라도 당신은 지금 생애 가장 뜨거운 창조의 임계점을 지나는 중이다. 그 비어있음이야말로 미래를 빛낼 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