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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보자, 11년 전 트로피와 바뀐 게 있는지

중앙일보

2026.03.23 08:02 2026.03.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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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AFP=연합뉴스]
김효주(31)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고 활짝 웃었다. 신인 시절이던 11년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를 처음 제패한 바로 그 대회에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선배들의 격려 섞인 축하를 받던 약관의 신예가 이제는 후배들로부터 존경 어린 샴페인 세례를 받는 베테랑이 됐다는 점뿐이다.

김효주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샤론 헤이츠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포티넷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5개로 1타를 잃었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 세계랭킹 2위 넬리 코다(28·미국)의 끈질긴 추격을 1타 차로 뿌리치고 와이어 투 와이어(매 라운드 선두 유지) 우승을 달성했다. 통산 8승. 우승 상금은 45만 달러(약 6억7000만원)다.

파운더스컵은 김효주에게 LPGA 투어 연착륙을 알린 신호탄 같은 대회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던 그는 2014년 9월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뒀다. 그 시드를 발판 삼아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LPGA 투어에 몸담았고, 2015년 3월 미국 본토에서 열린 파운더스컵을 제패하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김효주는 “신인 시절 우승한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니 더욱 특별하다”고 했다.

김효주가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포티넷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 곁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포티넷 파운더스컵은 11년 전 자신의 LPGA 투어 데뷔 첫 승을 거둔 대회다. [AFP=연합뉴스]
11년 전 이 대회에서 김효주는 도전자였다. KLPGA 투어에선 1인자로 군림했지만, 낯선 미국 땅에서는 세 번째 경기를 치르는 이방인 루키에 불과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장에서 맞닥뜨린 상대는 당시 미국 최고 선수였던 스테이시 루이스였다.

그래서인지 벌집 소동도 겪었다. 10번 홀(파4)에서 김효주의 티샷이 벌집 근처에 멈췄다. 김효주가 무벌타 구제를 요청했다. 골프 규칙 재정집에는 방울뱀이나 벌이 플레이에 방해가 될 경우 벌타 없이 볼을 드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경기위원은 벌집이 선수와 충분히 떨어져 있어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 드롭을 허용하지 않았다. 같은 대회에서 이미 벌집 근처 선수에게 안전상의 이유로 구제를 허용한 전례가 있던 터라 김효주가 재차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 홀에서 보기를 적어냈다. 벌에 쏘이지도 않았는데 분이 치밀어 얼굴이 붉어졌다.

오히려 그 보기가 승부욕에 불을 질렀다. 바로 다음 홀부터 3연속 버디를 낚아채며 기어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김효주는 “벌집 사건 이후 오히려 경기가 잘 풀렸다”고 했다.

이번 대회의 상대도 미국 최고 선수 넬리 코다였다. 5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공동 선두를 허용하며 역전 분위기가 크게 일렁였다. 그 순간 마음속의 불꽃이 다시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샷이 안정됐고 코다와 다시 싸울 수 있었다. 승부처는 17번 홀(파3). 한 타 앞선 김효주가 그린을 놓치고도 파를 지켜낸 반면, 코다는 3퍼트 보기를 범했다.

11년 전 이 대회에서 정회원 자격으로 첫 우승을 신고한 김효주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이듬해 퓨어 실크-바하마 LPGA 클래식을 제패했고, 2021년부터는 3년 연속 우승 커리어를 쌓았다. 지난해 포드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올해도 파운더스컵 정상을 탈환하며 녹슬지 않은 경쟁력을 입증했다.

김효주는 양희영(37)·김세영(33)·이미향(33)·고진영(31) 등과 함께 투어 내 한국인 선배 그룹의 핵심이다. 11년간 기량이 꺾이지 않고 꾸준히 버텨왔다. 이번 대회 직전 세계랭킹 8위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았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더 올라설 전망이다.

김세영과 임진희(28)는 11언더파 공동 3위로 선전했고, 유해란(25)은 10언더파 공동 5위를 기록했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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