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주요 상장사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바꾼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조치로,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흐름에 변곡점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이사회 구조로의 전환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오는 26일 열릴 예정인 이사회에서 구광모(사진) 회장 후임으로 사외이사(독립이사)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구 회장이 이사회 운영에서 한발 물러나는 것은 2018년 취임 이후 8년 만이다. 2018년 그룹 지주사인 ㈜LG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구 회장은 그동안 이사회 의장을 겸임해 왔다. 구 회장은 앞으로 대표이사로서 중장기 전략과 투자 의사결정에 집중하고, 이사회는 독립적 감시·견제 기능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구조로 재편된다.
LG그룹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주요 상장사 전반에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LG를 포함한 주요 상장사 11곳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G전자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강수진 사외이사를 신임 의장으로 선임했다. LG화학·LG디스플레이·LG에너지솔루션·HS애드 등도 최근 잇달아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 전환했으며, LG이노텍과 LG헬로비전은 앞서 2022년 이를 도입했다. 그룹 전반에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가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사외이사 의장 체제는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을 줄이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지배구조로 평가된다. 글로벌 주요 기업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방식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유로 대표이사 중심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 의장 비중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강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으로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주요 대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삼성물산·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 등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LG가 비교적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그룹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사례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는 주요 대기업으로 확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상장사에서도 이사회 독립성 강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이번 결정이 지배구조 개편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