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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총부채 첫 6500조…1년 만에 500조 늘어

중앙일보

2026.03.23 08:02 2026.03.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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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계·기업 부채를 모두 합한 국가 총부채가 650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유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진 가운데 부채 위험까지 부풀고 있다.

23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3분기 말 비금융부문 빚은 6500조58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6220조5770억원)보다 약 280조원(4.5%) 증가한 수치다. 정부·가계·기업 부채를 합산한 지표로, 한 국가의 총부채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기준으로 활용된다.

부채 규모 확대의 중심에는 정부가 있다. 정부부채는 1250조7746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늘어 가계(3.0%)와 기업(3.6%)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전체 증가분의 약 40%에 해당한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 둔화와 정부의 감세 정책, 확장 재정 기조가 맞물리면서 빚의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로 민간 부문 부채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재정 지출 확대 영향으로 전체 부채는 늘어났다”며 “정책대출 확대 등으로 대출의 주체가 민간에서 정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증가 속도다. 전체 부채는 2021년 말 5500조원에서 2023년 말 6000조원으로 늘어나는 데 2년이 걸렸지만, 이후 6500조원까지 불어나는 데는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이 코로나19 이후 부채를 줄이는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은 부채 증가세가 여전히 가파르다”며 “의무복지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국가 총부채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기업부채 3% 증가할 때 정부부채 9.8%…전체 증가분 40% 규모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23년 약 252%에서 2024년 243%까지 낮아졌지만, 지난해 다시 248% 수준으로 반등했다. 높은 부채 비율은 위험 부담을 져야 하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만드는(위험 프리미엄 확대) 요인이다. 중동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통화 긴축 흐름과 맞물릴 경우 국고채 금리의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정부의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위험 변수다.

이 같은 흐름은 금리 충격에 대한 경제 전반의 취약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 소비가 줄고, 일부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도 증가할 수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조정 압력까지 더해지면 실물경제 전반의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내수 위축이 심화할 경우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전쟁이 길어진다면 주요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연쇄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중동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국제적으로 커진 가운데, 미국은 재정 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과 글로벌 장기 금리 상황은 국내로 전이될 수밖에 없는데, 높은 국가 총부채 수준과 맞물려 금융시장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다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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