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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마켓 나우] 미국발 사모대출 위기설의 본질

중앙일보

2026.03.23 08:04 2026.03.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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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연일 미국발 사모대출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사모대출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기업개발금융회사(BDC) 등의 구조를 통해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 직접 대출하는 비은행 금융 모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된 틈을 타 이른바 ‘그림자 금융’의 주역으로 급성장해 왔다.

사모대출 운용사들은 현금흐름은 양호하지만 자산 규모가 작아 은행 대출 확대에 제약이 있는 중견 기업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선순위 담보와 변동금리로 리스크는 낮추고 수익성은 높였다. 그 결과 미국 시장 기준으로 2016년 약 5000억 달러에서 최근 약 1조8000억 달러 수준까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 문제가 제기된 운용사들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아왔다. 다만 고액자산가 등 개인투자자들로 출자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당장 현금화가 쉽지 않은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환매 유동성을 제공하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 문제였다. 분기별 5% 등 환매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약속해 온 것이다.

김지윤 기자
대부분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기술 서비스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아 제한된 환매 요청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구독 기반의 반복 매출 구조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사모대출 구조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리 환경 변화와 기술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조정, 그리고 AI 확산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루아울의 환매 중단 사태다. 블루아울에게 대출을 받은 기업은 고객 서비스 소프트웨어 업체 젠데스크, 결제 자동화 솔루션 빌트러스트, 협업 툴 업체 스마트시트, 법률 테크 업체 릴래티비티 등 200여 개가 있다. 이렇게 분산 대출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놨는데, 에이전틱 AI(자율 행동 인공지능)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폭발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대출자산 자체의 부실이라기보다는, 비유동 자산과 환매 구조 간의 불일치에 투자 심리 위축이 결합된 ‘구조적 긴장’에 가깝다. 문제는 본질 자산의 부실이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임에도, 긴장이 공포로 확산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주요 운용사들은 대출채권 매각이나 자체 유동성 확보 등으로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조치들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단기적인 관전 포인트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환경과 AI 기술 발전이 실제 대출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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