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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문장으로 읽는 책] 세네카와 수영 수업

중앙일보

2026.03.23 08:06 2026.03.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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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문화칼럼니스트
수영은 곧 삶이다. 호흡을 익히는 것은 불안과 공포를 다루는 훈련이고, 자유형의 리듬은 삶의 균형과 조화를 닮았다. 플립턴(flip turn)은 벽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방향을 전환하는 용기 그 자체였다.

-정강민, 『세네카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 중에서.

인생 후반부는 예체능으로 살라는 말이 있다. 퇴직하면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운동 신경이 둔해 실력이 더디 느는 게 문제지만 참 잘한 일이다 싶다. 물속에 혼자 서니 공포와 해방감이 함께 몰려온다. 완전 고독의 일단도 살짝 맛본 듯하다. 저자는 이렇게 썼다. “물속에서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오로지 숨을 쉬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수영이 빠른 속도로 내면의 평온에 도달하게 해주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수영은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불편함을 견디며 내면의 평정을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

세네카를 호출하는 제목대로, 책은 수영장에서 배우는 스토아 철학 수업이다. 새벽 수영 경험담에 스토아학파의 명언들을 덧붙였다. “당신이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당신을 만든다. 탁월함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 “세상은 강물처럼 흘러가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흐름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헤엄치는 일이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사건이 벌어지길 기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일어나기를 바라라. 그러면 인생이 순조롭게 흘러갈 것이다.”(에픽테토스) “성급함은 약함의 한 형태다. 스스로의 리듬을 조절하지 못하는 자는 강하지 않다” “우리는 항상 삶이 짧다고 불평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세네카)

스토아 철학은 인생 후반부 권장할만한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스토아 철학은 결과가 아닌 행동의 의도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에픽테토스는 처음 행동은 통제할 수 있지만 그 끝은 행운의 여신이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삶.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식’과 ‘행동’뿐이며, 그 외의 것은 통제할 수 없다. 인간의 불만은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만족을 찾으려는 데서 비롯된다.”

양성희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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