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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스라엘 마마드 같은 ‘가정 방공호’ 도입하자

중앙일보

2026.03.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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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세규 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중동전쟁에 맞서 이란의 전방위 보복공격이 진행 중이다. 중동 대도시 상공에서 격렬한 미사일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아랍에미리트(UAE)는 처음 경험하는 대규모 미사일 공방전 와중에 90% 이상의 요격률로 선방 중이다. 특히, 한국산 천궁-II는 요격률 96%라 한다.

중동전쟁 와중에 인명 피해 줄여
북핵 위협 커져 대피시간 태부족
법적 의무화와 인센티브도 필요

지난해 6월 전쟁 당시 이란이 1000㎞ 이상 떨어진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550여 발을 퍼부었을 때 미사일 방어망(아이언돔 등)을 뚫은 60여 발에 이스라엘 측 30여 명이 희생됐다. 이스라엘은 “포화공격 와중에 미사일 요격률은 86%였고 대피 이후 방호율은 95%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미사일 요격과 대피가 맞물리면서 이란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 측 총사망률은 1% 이하로 억제됐다.

당시 텔아비브에 떨어진 탄도미사일 10발로 인한 사망률은 0%였다. 방공호에 제대로 대피한 사람 중 숨진 사례가 없어서다. 이런 사실은 UAE에서 실증된 천궁-II의 압도적 요격률과 함께 짚어 볼 교훈을 제공한다.

텔아비브 시민의 생존 열쇠는 아이언돔 외에도 마마드(Mamad)가 결정적이었다. 이스라엘은 1991년 걸프전쟁 직후부터 신축 건물은 가정용 개별 방공호인 마마드 설치를 법제화했다. 경보가 울리는 즉시 침실·서재 등으로 사용하던 마마드로 대피한다. 방폭문을 닫고 생존벙커로 활용한다. 텔아비브에서 공식 대피시간은 90초지만, 마마드가 있으면 15초면 가능하다.

그렇다면 남북 대치 상황에서 인구 1000만 명에 육박하는 대도시 서울은 어떤가. 지난 2월 북한은 600㎜ 대구경 방사포 50문을 공개했다. 발사관 다섯 개로 동시에 250발을 쏠 수 있고, 전술핵 같은 특수 공격에 적합하다고 북한 측은 주장했다. 전방 배치를 공언했던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문도 4연장이어서 동시에 1000발을 발사할 수 있다. 핵과 재래식 미사일의 ‘섞어 쏘기’와 포화공격에 대한 우려가 한층 심각해졌다.

만약 북한이 황해도 갈골 미사일 기지에서 전술탄도미사일을 쏘면 130㎞를 날아 서울에 도달하는 시간은 회피기동을 포함해 200초 남짓이다. 그런데 레이더 탐지를 늦추기 위해 고도를 낮춘 저탄도 모드로 발사한다면, 비행시간은 140초 이내로 단축될 수 있다. 미사일 식별과 경보인지 시간을 제외하면, 서울 시민에게 주어진 대피 골든타임은 고작 100여 초다. 이런 급박한 순간에 아파트나 빌딩 고층에서 지하로 대피가 얼마나 가능할까. 심야에 기습공격을 받으면 더욱 난감할 수 있다.

사이렌 소리에 가족과 함께 현관문을 나서면,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멈추고 계단으로 뛰어가도 대피소에 제때 도착하기 어렵다. 집 밖의 공동 방공호로 즉시 대피하기가 어렵다면, 집 안의 방공호를 설치해야 한다. 북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KAMD)과 함께 핵 방호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이스라엘의 마마드에 착안해 한국형 해법을 모색해보자. 핵무기는 절대병기로 불리지만, 거리와 차폐에 따라 살상력이 급감하는 에너지 집합체다. 핵폭발로 인한 열선 및 섬광뿐 아니라 살상력이 가장 큰 폭풍파에 따른 피해를 마마드로 막아내고 초기 방사선을 차폐하면, 폭심지 바깥에서는 생존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한국형 K-마마드는 콘크리트 내력벽과 방폭문에 감마선 차폐용 텅스텐 시트와 중성자 흡수용 붕소 시트를 층층이 쌓고 탄소섬유로 구조를 보강한 패키지 설계를 제안한다. 아파트에 맞게 경량화하는 신소재 복합공법이다. 화생방 필터도 필수다.

서울과 수도권에 K-마마드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핵 표적 가능성이 높은 주요시설 주변부터 설치하면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다. 용적률 제외나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 정책도 필요하다. K-마마드는 즉시 대피 가능한 핵 방호 보루로서 ‘생존복지’ 차원의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수십 년의 비핵화 노력에도 결국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처지다. 이제 대한민국은 미사일 요격률 90% 이상과 핵 방호율 90% 달성을 통해 어떤 핵 공격에도 사망률 1% 이하 억제라는 목표로 생존공식을 혁신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남세규 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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