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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화재 신고했다 혼나” 위험신호 묵살한 대전공장

중앙일보

2026.03.23 08:12 2026.03.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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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대전시 대덕구 안전공업㈜ 공장은 평소에도 화재가 잦았고, 작은 불은 직원들이 자체 진화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안전공업 화재로 다친 직원의 가족 A씨는 2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가족으로부터 ‘예전에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한 직원이 119에 신고했다가 (상사에게) 혼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규모 화재는 과거에도 몇 번 발생했는데 1년에 1~2차례 정도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원 B씨는 “화재가 종종 발생했고 불이 크게 번져 소방차가 출동한 적도 있다”며 “작은 불은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직원 사이에서는 “화재가 잦으면 관계기관 감독이 강화되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회사 측이) 감춘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절삭유 등 화재 위험이 큰 유류를 취급하는 공장에서 화재를 가볍게 생각해 초기 대피가 늦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소방당국은 공장 내부 절삭유와 기름때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불길을 키운 것으로 판단했다. 안전공업 직원은 “제품 가공을 하다 보면 불꽃이 튀고, 집진기로 불꽃이 타고 올라가다 불똥이 떨어지기도 한다”며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면 대부분의 불은 꺼졌다”고 전했다.

안전공업 노조는 유증기 관리와 관련 시설 점검 등을 사용자 측에 요구했다고 밝히면서 “참사가 예견된 인재였다”고 했다. 황병근 안전공업 노조위원장은 “사측에 환경 시설과 집진 설비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으니 개선하라고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는 23일 대전시청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예견된 인재라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 우리 사원들께도 너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14명 가운데 13명의 신원이 확인됐고 12명은 가족에게 인계했다. 신원이 확인된 사람 가운데 1명은 추가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며, 나머지 1명은 훼손이 심해 유전자(DNA)를 채취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현장 합동감식에서 사망자 시신의 일부를 추가로 수습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행정안전부 김한수 재난현장 지원관은 “사망자 장례비용과 절차와 관련, 장례비는 대전시에서 지급보증을 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대전시는 장례 절차와 산재 보험금, 병원비, 심리회복 치료, 자녀 돌봄 문제 등을 유족과 협의해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23일 안전공업 본사와 2공장(대화동) 압수수색을 통해 임직원 휴대전화 10대와 소방·안전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경찰은 자료를 분석한 뒤 회사 관계자를 비롯해 건축·소방 감독기관인 대전대덕구·대덕소방서 관계자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안전공업은 인허가를 받지 않고 공장 2~3층 사이에 휴게실을 불법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경찰청 조대현 형사기동대장은 “최초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 급속히 연소한 이유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며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한 상황과 휴게실 불법 증축 의혹 등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김방현.신진호.김정재.이규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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