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경기 동탄2신도시 설계 도면 위에서 기묘한 생존극이 벌어졌다. 신도시 한복판을 차지한 리베라CC(52만평) 얘기다. 사업부지의 정중앙을 비켜 도시를 설계하면 도시를 가로지르는 도로조차 만들 수 없는 등 기형적 모습의 개발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연히 리베라CC는 신도시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리베라 CC를 신도시에서 ‘제척(개발사업에서 제외하거나 분리)’했다. 당시 건교부의 핵심 간부가 밀어붙였다. 그는 “영국 등 선진국은 도시를 새로 개발할 때 일부러 골프장을 만들어 주민들이 공원처럼 이용하게 하는 데, 왜 있는 걸 없애느냐”며 골프장 ‘존치’를 강변했다.
당시 건교부 내 최고 실세로 불리며 차기 장관감으로까지 거론되던 그의 뜻을 거역할 사람은 건교부와 이 사업 실행기관인 LH 내에 아무도 없었다.
그는 “건교부 직원들과 LH에 지시해 신도시 개발로 큰 수혜를 입게 되는 골프장 측으로부터 ‘폭 8m의 둘레길을 조성해 주민에게 개방하겠다’는 각서를 받게 했고, 이를 ‘영구보전’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신도시 주민들은 골프장을 자신들의 공원처럼 이용하기는커녕 담장 너머로 구경만 하고 있다.
각서에 대해 국토부와 LH에 여러 차례 질의했지만 “그런 각서가 있다는 것은 선배들로부터 전해 들었지만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2007년 특혜 의혹이 크게 불거지자 당시 건교부는 “리베라CC를 개발행위허가제한 지역으로 지정해 일체의 추가 수익사업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 골프장 안에는 대형 골프연습장 2곳과 대형 고깃집이 들어섰고 최근에는 골프코스 18홀 추가 조성과 대형 콘도미니엄 건립 허가까지 받아냈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빙자해 특정 기업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준 사례다. ‘선진국형 공원’ 논리는 결국 골프장을 그대로 두기 위한 세련된 변명에 불과했던 것일까.
정부가 받아냈다는 그 각서는 지금 어느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는가, 아니면 애초에 주민을 속이기 위한 신기루였는가.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중앙 공원’자리를 빼앗겼다. 이제라도 국토부와 LH는 응답해야 한다.
국가 정책이 특정 기업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된다는 사실을 동탄의 ‘닫힌 공원’이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