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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사위원장 자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중앙일보

2026.03.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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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추 의원의 7개월 만의 사임은 전날 6·3 지방선거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로 결정된 데 따른 예고된 수순이다. 추 의원은 “마지막 소임이었던 검찰 개혁 법안이 이번 본회의에서 통과되었기에 이제 국민이 주신 법사위원장직을 국민께 다시 돌려드린다”고 했다. 추 의원의 선택은 자기 정치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의 준엄한 책무를 생각하면 가벼운 처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추 의원이 위원장을 맡을 때부터 지방선거 출마 의지를 내비쳐 왔다는 점에서 민주당 역시 법사위원장 자리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 법사위원장은 모든 입법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를 이끈다는 점에서 미국의 상원의장에 비견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자리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법무부·검찰 등 국가의 사법 기능을 감독하고 견제하면서 삼권분립의 원칙을 현실 정치에서 최대한 구현하는 역할도 한다. 오랜 기간, 야당이 비록 소수당인 시절에도 법사위원장을 맡아온 것은 정권과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여야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이런 전통이 사라졌다. 이제 여야의 상임위원장 쟁탈전 1순위가 법사위원장인 건 국민 대부분이 알 정도의 상식이 됐다.

동시에 헌정 질서의 파수꾼이 되어야 할 법사위원장의 역할은 안타깝게도 점점 변질됐다. 여당의 입법 폭주, 야당의 발목 잡기의 선봉장이 됐다. 특히 추 의원의 경우 ‘사법 3법’과 검찰개혁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잡기보다는 여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수많은 전문가의 우려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로 인한 법사위의 파행은 역대 최악의 수준이었다. 광역단체장 후보라는 내심의 목표로 인해 국민보다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더 살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후임 법사위원장 후보로 민주당 강성 법사위원들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겠다는 독선적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제발 새 법사위원장 만큼은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본연의 책무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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