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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5조원 ‘전쟁 추경’, 사업 적정성 제대로 따져야

중앙일보

2026.03.2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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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엊그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에 합의했다. 고유가로 인한 물류·유류비 부담을 줄이고 서민·소상공인·농어민의 민생을 챙기며 피해 수출기업 지원 등에 쓴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소득 지원 정책’을 언급한 만큼 지역화폐 형태의 현금성 지원도 포함될 전망이다.

고유가·고환율이 부른 민생의 고단함을 생각하면 추경 편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위기 대응 추경은 신속하고 충분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당·정·청이 합의한 25조원의 추경 규모는 당초 거론되던 것보다 5조~10조원이나 많다는 점에서 사업 내용과 규모의 적정성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의문스럽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추경의 골든타임을 결코 놓치지 않겠다”며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다음 달 10일 국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전쟁 추경’이라고 이름 붙인 여당의 추경 프레임이 합리적인 토론과 비판마저 배제해서는 안 된다. 야당이 아무리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지만 야당을 무시하고 추경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오만한 예고는 아니기를 바란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남는 돈처럼 여겨선 곤란하다. 25조원의 추경을 하면 이미 지난해 본예산보다 8.1% 늘어난 올해 본예산 728조원이 753조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지난해 본예산 대비 80조원 가까이 추가되는 것으로 11.8% 늘어난 규모다. 잠재성장률 1%대인 나라의 재정이 한 해 10% 넘게 확대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 이미 올해 본예산을 위해 100조원 넘는 적자재정(관리재정수지)을 편성했다. 초과 세수가 있다고 냅다 쓰고 볼 것이 아니라 가능한 선에서 적자국채부터 갚는 게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다. 중동전쟁으로 인플레 기대심리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 추경을 꼭 필요한 규모로 편성하는 재정 규율을 정부가 보여주지 않으면 국채 금리는 더 오를 것이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가뜩이나 부채 부담에 신음하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한다. 정부와 여권의 신중한 검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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