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상대로 한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수행 중인 미국 중부사령부는 17일(이하 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인근의 이란 미사일 벙커를 공격했다. 그러면서 “이 기지들에 배치된 이란의 대함 순항미사일은 해협 내 국제 해운에 위협”이라고 밝혔다. 또 A-10 선더볼트Ⅱ와 AH-64 아파치 공격 헬기를 투입해 이란의 모기 함대(고속정)를 사냥하고 있다.
이란이 3일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다고 선언한 뒤 이곳의 항해가 크게 줄었다. 이란 전문가인 유라시아그룹의 그레고리 브루는 “전쟁은 이제 호르무즈해협의 상태가 어떻게 될 지에 달렸다”라고 단언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아라비아 반도와 이란을 가르며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바다다. 호르무즈해협의 가장 좁은 해역은 54㎞인데, 배는 11.1㎞ 폭의 해역에서만 항해가 가능하다. 이곳을 입항 항로(3.7㎞)와 출항 항로(3.7㎞), 그리고 두 항로 가운데 3.7㎞ 완충 해역으로 나눴다. 항행 가능 해로의 수심이 46~61m로 얕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틀어막을 수단을 갖고 있다. 우선 미사일과 드론이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10일 “개전 시점과 비교해 탄도미사일 공격의 90%, 자폭 드론 공격은 83%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캘리 그리코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이 수치는 발사 속도가 감소했다는 것이지 이란의 전력이 실제 파괴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폭격의 전과를 확인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국은 이라크의 스커드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TEL을 확실히 부순 것으로 확인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1999년 코소보 전쟁에서도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유고슬라비아를 맹렬히 공습했다. 하지만 유고슬라비아는 온전히 남은 전차·포·트럭 등을 갖고 코소보에서 철수했다.
미국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이란의 기뢰다. 기뢰는 ‘바다의 암살자’라 불린다. 물에서 조용히 기다리다 적 함정이 지나가면 터진다. 기뢰는 적 함정에 닿거나, 엔진·스크루 소리를 듣고, 자기장 변화·물결 파동을 감지하면 폭발한다.
이란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라크의 석유 수출을 방해하려고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해협까지 기뢰를 깔았다. 1987년 7월 24일 유조선 브리지턴호가 이란 기뢰에 부딪혀 선체 앞부분에 큰 구멍이 뚫렸다. 1988년 4월 14일 미 해군의 새뮤얼 B. 로버츠함이 이란 기뢰 때문에 거의 침몰할 뻔했다.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는 점령 중이던 쿠웨이트 해역에 기뢰 지대를 만들었다. 미국은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으로 쿠웨이트를 해방했다. 1991년 2월 18일 미국의 군함 2척이 이란 기뢰의 공격을 받았다. 전쟁이 끝난 뒤 미국과 동맹국은 12척의 소해함(기뢰 제거)을 투입해 기뢰를 제거하는 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미국의 국방정보국(DIA)은 이란이 5000기의 기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란은 고속정과 어선으로 기뢰를 까는 전법도 쓴다.
이란의 고속정과 잠수함도 골칫거리다. 이란이 북한에서 연어급 잠수정 기술을 들여와 만든 가디르급은 길이 29m에 배수량은 120t로 작지만, 대함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무인 자폭 보트를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1척을 지키려면 전투함 2척이 필요하며, 5~10척 유조선 선단을 보호하려면 전투함 12척 남짓이 있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WSJ)가 전망했다. 그런데 미 해군은 지금 이란 공격에 바쁘다.
한국군은 호르무즈해협에서 멀지 않은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민간 선박을 지키는 청해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높았던 2020년 청해부대의 파병 지역을 오만만·페르시아만 일대로 넓힌 적 있다.
현재 청해부대에선 4400t급 구축함 대조영함(DDH 977)이 해상작전 헬기 1대와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부대와 함께 작전 중이다. 대조영함으로 적의 탄도미사일이나 드론을 잡기엔 벅차다. 기뢰를 찾아서 제거하는 능력도 없다.
케빈 로랜드 영국 왕립 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호르무즈해협은 폭이 좁아 사실상의 ‘킬 존(살상 구역)’”이라며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경고 시간이 단 몇 초에 불과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래서 미 해군마저 호르무즈해협 호위 작전을 거부했다. 한국 입장에선 이래저래 고민이 깊다.
(계속)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게 호르무즈해협의 파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호르무즈해협은 미국 해군도 꺼리는 위험한 바다 문제입니다. 더중앙플러스 회원에 가입하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URL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