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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9명 숨진 휴게실, 도면도 없었다…불법 알고도 증축한 듯"

중앙일보

2026.03.23 13:00 2026.03.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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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외관을 21일 오전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일 대전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숨진 가운데 회사가 휴게실 증축이 불법인 것을 알고도 공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전대덕구 "휴게실, 도면·대장도 없는 불법 시설"

24일 소방당국과 대전 대덕구 등에 따르면 안전공업은 2010년 불이 난 동관(공장)을 준공한 뒤 2014년 2층 공장과 3층 주차장, 4층 옥외주차장을 각각 증축했다. 이후 불법으로 2~3층 사이 휴게실(330㎡·100평)을 조성했다. 대전 대덕구 박경하 주택경관과장은 “2~3층 사이 공간은 도면과 대장에 없는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이 불법을 알고도 휴게실을 증축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0여년간 중소형 공장과 공공기관을 전문으로 설계한 건축사 A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통상 공장건물 증축 여부는 전문가 구조계산을 거친 뒤 결정한다”며 “이후 관할기관 허가와 설계사무소 도면 작성, 건축업체 공사 순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발생한 대전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 때 9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숨진 채 발견된 2~3층 사이 휴게실(붉은 선). 이곳은 행정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만든 불법 시설로 확인됐다. [사진 대전시]
A씨는 “특히 철골구조물은 하중 등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야만 증축이 가능하다”며 “회사(안전공업) 측이 불법으로 휴게실을 만들었다면 애초부터 330㎡ 크기의 공간을 만들 수 없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기존 건물에 증축하려면 구조보강이 필요한 데, 이렇게 하면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도면도 없이 불법공사를 전문으로 진행하는 업체에 공사를 맡긴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증·개축 때 구조계산 거친 뒤 공사해야

건축법(제11조 1항) 등에 따르면 건축물을 짓거나 대수선(증·개축)할 경우 시·도지사나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안전공업은 휴게실을 증축하기 위해 관할인 대전 대덕구청장 허가를 받지 않았다. 대전 대덕구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일정 면적 85㎡ 이상의 증·개축은 반드시 관할구청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법률 규정은 신축은 물론 모든 증·개축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발생한 화재 때 9명의 직원이 불법으로 만든 2~3층 사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5년 7월 사진에는 2~3층 사이에 창문이 없는 상태다. [사진 다음 로드뷰]
지난 20일 발생한 화재 때 9명의 직원이 불법으로 만든 2~3층 사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6년 1월 사진에는 2~3층 사이에 창문이 새로 생겼다. [사진 다음 로드뷰]
중앙일보 취재 결과 직원 9명이 숨진 휴게실은 2015년 7월과 2016년 1월 사이 증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대덕구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대덕구 박경하 과장은 “개인 소유의 공장 건축물은 구에서 점검하지 않는다”며 “인허가 과정에서도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지 않고 건축사와 감시를 통해 공사과정을 확인한다”고 해명했다.



전문가 "애초부터 증축 불가능한 건축물 가능성"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정상적으로 증축을 허가받으면 될 일인데 불법으로 공간을 만들었다면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된다”며 “공사 업체 처벌은 물론 관할인 구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건축대학장은 “다중시설은 화재가 발생하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에도 불법 증축한 공장이나 건물이 많은 데 화재 등 재난에 대비해 양성화와 철거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화재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의 손주환 대표이사가 22일 오전 대전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는 휴게시설 불법 증축이 인명 피해를 키운 게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르겠다. 저도 잘 모르겠다”면서 “불법 준공이라는 감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져야 하겠지만, 지금은 조사가 끝나고 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찰, 안전공업·대덕구청 관계자 소환조사 방침

지난 23일 안전공업 본사(대전 대덕구 문평동)와 2공장(대덕구 대화동)을 압수수색해 안전·소방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경찰은 화재 원인 조사와 별도로 불법 증축도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휴게실이 10년 전인 2016년 증축된 데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도면이 없을 경우에 대비, 공사업체와 거래한 회계장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대전경찰청 화재 사건 전담수사팀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관계자 진술을 통해 불법 증축이 이뤄진 과정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회사와 공사업체는 물론 인허가 기관인 대덕구청 관계자도 소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진호.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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