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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30만원짜리 모텔? 원정 산후조리 끝낼 '갓성비 조리원'

중앙일보

2026.03.23 13:00 2026.03.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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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강원도 남부권 최초로 개원한 영월 공공산후조리원. 사진 영월군
전북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오는 5월 출산을 앞두고 '원정 산후조리'를 고민하고 있다. A씨는 "동네 산후조리원은 2주에 230만원이나 하지만 시설은 모텔방 수준"이라며 "주변에서는 시설이 좋은 산후조리원이 있는 전주로 가서 아이를 낳기도 한다.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공공 산후조리원이 있는 지역이 부럽다"고 말했다. 현재 전북에는 남원에만 공공 산후조리원이 있다.

지역 간 산후조리 환경 격차로 원정 산후조리가 등장한 가운데, 공공 산후조리원의 운영비를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23일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용도를 확대하는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해 지난해 11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거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안으로 의결됐다. 정부 관계자는 "범부처 협의와 국회 논의를 거쳐 마련된 법안으로,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 사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개정안은 '기반시설 조성'으로 한정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사용 범위를 '제도 및 프로그램 운영'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공 산후조리원의 설립비뿐 아니라 운영비도 국가 지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2년부터 10년간 중앙 정부가 매년 1조원씩 투입하는 재원이다.

박경민 기자
정부는 공공 산후조리원을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 산후조리원은 산모 10명 중 8명 이상이 이용하는 등 출산 이후 사실상 필수 시설로 자리 잡았지만, 민간 시설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행안위 소속 양부남 의원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공공 산후조리원은 총 20곳(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체의 약 4.9% 수준이다.

2015년 3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최초로 '무상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성남시청
공공 산후조리원 확대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2015년 성남시장 시절 전국 최초로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를 추진했다. 이후 경기도지사 재임 중이던 2019년에는 도내 최초로 여주에 공공 산후조리원을 개원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구 감소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 산후조리원의 설치·운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산후조리원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이용료다. 2주 183만원으로 민간(2주 366만원)의 절반에 그쳐 산모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 2020~2024년 공공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는 1만5837명에 달한다.

박경민 기자
지난해 10월 경기도 포천 공공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한 산모는 "아기를 낳으면 돈 들어갈 일이 많은데 시설과 서비스 모두 만족스러웠다. 공공 산후조리원 덕분에 이사하지 않고 둘째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의 공공 산후조리원을 최근 이용한 산모는 "공공 산후조리원은 경제적 부담이 없기 때문에 유무에 따라 출산 인프라 체감이 크게 달라진다"면서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관내 분만 병원 활성화 등 기초 의료 인프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한 일부 지자체는 저출산 여파로 인한 산모 감소, 인건비 상승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운영비를 지원해 달라는 지자체 요구가 많았다"며 "이번 개정안은 민생 법안으로 정부와 국회 모두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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