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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신상공개에…"흉악범 전부 밝히자" 5만명 국회청원

중앙일보

2026.03.23 13:00 2026.03.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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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 김훈(44)의 신상 정보가 사건 발생 닷새 만에 신속하게 공개된 것과 달리, 서울 강북구 연쇄살인 사건 피고인 김소영(20)의 신상 공개는 김씨 체포로부터 한 달이 걸렸다.

사건 초기부터 연쇄살인이 의심됐던 사건인 만큼 신상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경찰에선 비공개, 검찰에선 공개로 정반대의 결정을 했다. 이에 모호한 신상 공개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일대에서 연쇄살인을 한 혐의를 받는 김소영이 지난달 1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5만4244명이 참여한 ‘전면적인, 조건없는 흉악범 신상공개 촉구에 관한 청원’을 이달 13일 청원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해당 청원은 각 수사기관의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명확한 기준 없이 피의자의 신상 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흉악범’의 신상을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이 소위원회에 회부되면 90일 안에 이를 심사해서 본회의에 올릴지 등을 국회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현행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르면 경찰이나 검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를 열어 ▶범행수단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 ▶증거 존재 여부 ▶국민의 알권리와 재범 방지 등 공익을 모두 고려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경찰은 ‘모텔 연쇄살인’ 사건이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심의위를 열지 않았다. 이후 온라인에서 김소영의 나이, 소셜미디어 계정과 ‘셀카’ 사진, 출신 고등학교까지 유포되며 신상 비공개에 대한 비판이 일자 검찰은 뒤늦게 심의위를 통해 김소영의 신상을 게시했다.



“구속 결정처럼 일원화된 기준 필요”

최근 국회에서는 ‘신상 공개 대상 범죄의 범위를 넓히자’는 논의가 주로 이뤄지는 중이다. 지난달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약취(略取)·유인 범죄 피의자도 신상 공개 대상에 넣자는 내용의 중대범죄신상공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올 1월엔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 법 개정을 통해 보이스피싱·다단계 등 사기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단순히 신상 공개를 확대하자는 논의는 있지만, 실질적인 공개 기준과 절차 개선과 관련한 논의는 부족한 상태다. 신체에 구더기가 끓을 정도로 아내를 방치해 숨지게 한 경기도 파주 부사관 사건의 경우 범죄의 잔혹성을 고려해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공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결국 공개되지 않은 채 온라인에서만 음성적으로 신상이 유포되고 있다. 2024년 서울 아파트에서 각각 발생한 ‘일본도 살인사건’(범인 비공개)과 ‘흡연장 살인사건’(범인 최성우)은 유사한 범죄사실에도 관할 검찰의 판단에 따라 신상 공개 여부가 달랐다.



美, 이름·머그샷 공개에 형사적 제한 없어

미국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수정헌법 1조에 따라 피의자의 이름과 사진(머그샷) 등을 공개하는 데 형사적 제한을 두지 않고, 일본은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법적으로 피의자의 인권을 신중하게 고려하도록 돼 있다.

일각에선 피의자의 명예 훼손 문제를 간과하지 않는 현행 제도 자체를 이어가면서도, 모호한 공개 요건과 ‘깜깜이’ 심의위는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력 사건 피의자 신상 공개를 주장해 온 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는 “신상 공개를 신중히 하자는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은 많지 않다”면서 “다만 정작 신상이 공개돼야 할 사람이 비공개되는 등 국민적 이해와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 발부 제도처럼 법관의 엄격한 심사로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일원화된 절차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성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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