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영된 KBS 전국노래자랑 화성특례시편에서 한 여성이 주황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화려한 몸짓을 자랑하며 그룹 2NE1의 디지털 싱글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불렀다. 노래를 마친 그가 ‘충성’ 구호를 외치며 경찰공무원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자 흥겹게 박수치던 좌중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김선영(35) 용인동부경찰서 고매파출소 순찰4팀 경사였다. 그는 인기상을 거머쥐었다.
김 경사의 노래부르는 장면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400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다. 그가 부른 노래와 직업에 빗대 “내가 ‘Jail(감옥)’ 잘 나가냐” “경찰 공무원이라던데 얼마나 더 잘 나갈 거냐”는 댓글도 달렸다.
지난 18일 김 경사를 근무지인 고매파출소에서 만났다. 170㎝ 넘는 키에 단발머리를 부분 염색한 그는 조직 안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활력소다. 김 경사는 “‘웃음이 세상을 구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생활한다”며 “노래자랑에 나가선 국민 여러분들이, 직장에선 선후배 동료들이 날 보고 즐거워하고 웃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라고 했다.
조직 안에선 이미 유명 인사다. 김 경사는 지난 2024년 4월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 근무 당시 영화 파묘를 패러디해 의무위반 예방 다짐 서약 영상 공모전에 출품한 영상은 경찰 내부망 폴넷 현장활력소 게시판에서 1600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엔 3대 기초질서 확립을 주제로 동방신기 유노윤호의 ‘Thank U’를 개사한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을 제작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 경사가 출연한 기초질서 확립 영상은 고매파출소 관내 대형 상업시설인 롯데아울렛 전광판을 통해 노출하고 있다. 전병문 고매파출소장은 “파출소장부터 팀장, 팀원들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경찰관”이라며 “김 경사가 제작한 기초질서 확립 영상은 관내 다른 다중운집시설에도 송출해 주민들께 편안하게 다가가려 한다”고 했다.
김 경사의 공중파 노래자랑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국노래자랑만 이번이 세 번째다. 입직 전인 2009년 시흥시 편, 2024년 화성시 편에 출연했고, 지난해엔 아침마당 주부가요스타에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김 경사는 유튜브 채널 ‘김선영천재’도 운영 중이다. 수익이 나지 않아 겸직 신고 대상은 아니라고 한다.
끼가 넘치는 그이지만 일할 땐 웃음기를 전부 거두고 단호하고 엄정한 경찰 본연의 역할에 집중한다. 김 경사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현장에선 절대 웃지 않고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일과 평소 생활을 철저히 분리해 프로답게 국민을 지키는 게 직업인으로서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늘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남편 덕분에 내 본래 즐거운 성향을 유지하며 살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김 경사의 남편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근무하는 경찰이다.
김 경사는 지난 2013년 1년 반 만에 순경 공채 시험에 합격해 고향 시흥에서 근무를 시작한 뒤 경기남부청 아동학대범죄 수사팀과 경찰서 여청수사계에서 7년, 시흥·용인 지역 경찰관서에서 5년 근무했다. 아동학대범죄 수사관 시절엔 수원 냉장고 영아 살해 사건을 수사하는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 처리한 경험도 있다. 김 경사는 “마이크를 잡았을 때는 시민들께 웃음을 드리는 광대지만, 일할 때는 누구보다 단호하고 강인한 대한민국 경찰관으로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