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남풍이 불어오는 봄, 대구는 그 어느 도시보다 화려한 꽃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분지 특유의 열기 대신, 올봄에는 온 세상을 분홍빛과 초록빛으로 물들인 생명력이 도시 전체를 감싸 안았다.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고 진정한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대구가 자랑하는 봄나들이 명소 네 곳을 소개한다.
대구 달서구 대곡동에 위치한 대구수목원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기적의 공간’이다. 과거 생활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이곳은 1990년대 후반부터 생태 복원 사업을 거쳐 현재 1700여 종에 달하는 식물이 서식하는 영남권 대표 수목원으로 거듭났다.
봄날의 대구수목원은 입구에서부터 짙은 꽃향기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4월의 수목원은 일반적인 벚꽃이 지고 난 뒤 피어나는 겹벚꽃의 명소로 특히 유명하다. 꽃잎이 층층이 겹쳐져 마치 작은 분홍색 솜사탕이 나무에 매달린 듯한 겹벚꽃은 일반 벚꽃보다 색이 짙고 풍성해 인생샷을 남기려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목원 내 분재원과 야생초화원에서는 갓 피어난 봄꽃들의 섬세한 자태를 감상할 수 있으며, 울창한 대나무 숲길은 도심 속 소음을 차단해 평온한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도심의 꽃잔치가 막을 내릴 무렵 비슬산(1084m) 정상은 비로소 주인공이 된다. 매년 4월 하순 비슬산 정상 인근 약 30만 평 부지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참꽃(진달래) 군락지가 펼쳐진다.
비슬산 참꽃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 지대에서 피어나기 때문에 평지의 꽃들보다 훨씬 강인하고 선명한 빛깔을 자랑한다. 끝없이 펼쳐진 분홍빛 꽃바다 너머로 굽이치는 낙동강 줄기와 대구 시내 전경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비슬산은 등산을 힘들어하는 방문객들을 위해 ‘반딧불이 전기차’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어 누구나 손쉽게 정상부의 대견사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절벽 끝에 세워진 삼층석탑과 그 주변을 감싼 참꽃의 조화는 한국적인 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4월 말 열리는 비슬산 참꽃문화제 기간에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대구 서구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폐철도 부지가 화려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그린웨이’로 탈바꿈하며 봄맞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 소음과 먼지가 가득했던 이곳은 이제 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대구의 대표적인 선형 정원으로 자리잡았다.
서구 그린웨이는 서대구역 인근에서 시작해 이현공원까지 이어지는 약 7㎞의 긴 구간을 자랑한다. 직선으로 길게 뻗은 산책로를 따라 계절별로 다양한 수목과 꽃들이 식재돼 있어 도심 한복판에서 숲속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곳은 왕벚나무길, 메타세쿼이아길 등 구간별로 특색 있는 가로수길이 조성돼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한다. 3월 말부터는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뒤이어 영산홍과 이팝나무가 바통을 이어받아 봄의 절정을 알린다.
그린웨이의 백미는 단연 구간마다 배치된 테마 정원이다. 퀸스로드 인근의 장미원은 수천 송이의 장미가 만개하는 시기면 전국적인 출사 명소로 변모한다. 또 백합원과 상록수 정원 등은 정교한 조경 설계를 통해 사계절 내내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위치한 세천늪테마정원도 포근한 봄 날씨와 함께 도심 속 새로운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 평범한 늪지였던 이곳은 대대적인 정비 사업을 통해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테마 정원으로 변모하며 인근 주민은 물론 타지역 상춘객들의 발길까지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 최초의 지방정원으로 승격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정원의 중심부인 늪지 주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물결과 꽃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정원 곳곳에 포토존과 벤치가 보강되어 방문객들이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봄을 맞이한 세천늪테마정원은 화려한 꽃들의 잔치로 활기가 넘친다.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개화 시기에는 벚꽃과 더불어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정원을 가득 메워 진풍경을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