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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봄나들이] 당신이 사랑한 영화·드라마 속 대구 명소, K-콘텐츠 숨은 주역

중앙일보

2026.03.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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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눈물의 여왕’ 촬영지인 사유원의 ‘소요헌’ [사진 사유원]
최근 몇 년 사이 대구는 단순한 산업 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K-콘텐츠’의 숨은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낡은 골목의 고즈넉함과 현대적인 세련미,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전원 풍경까지 두루 갖춘 대구는 창작자들에게는 영감을, 대중에게는 잊지 못할 장면의 배경을 선사한다. 최근 안방극장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작품 속 대구의 명소들을 소개한다.



‘왕과 사는 남자’ 엄흥도의 안식처

비운의 왕 단종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시신을 거둔 강원 영월의 호장(戶長) 엄흥도. 영화 속에서 뜨거운 울림을 줬던 그의 실질적인 묘소가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자리 잡고 있어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세조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 아무도 돌보지 않던 단종의 시신을 지게에 지고 산속에 안장했던 엄흥도는 거사 직후 가산을 정리하고 종적을 감추었으나, 그의 후손들은 군위군 의흥면 일대에 터를 잡았다. 영월 엄씨 문중이 그의 묘소를 관리하고 있다. 엄흥도가 은거한 지역으로는 영월·문경(예천)·군위 등으로 각기 다른 전승이 내려오고 있다. ‘국학연구논총’ 제3집에 발표된 논문 ‘충의공엄흥도의 삶과 묘소 진위에 관한 고찰’에 따르면 엄흥도는 군위에 은거하다가 생을 마쳤으며 군위의 엄흥도 묘가 진묘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혀졌다. 군위에 가면 충의공엄흥도 묘소에서부터 전망쉼터·육각정자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고향을 그리워했을 엄흥도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폭싹 속았수다’ 주인공 결혼 장소

대구 중구 서성로에 위치한 계산성당은 대구 근대 골목 투어의 핵심이자, 국내·외 거장 감독들이 탐내는 촬영 장소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계산성당은 쌍탑 양식의 아름다운 외관 덕분에 화면에 담기는 순간 압도적인 미장센을 완성한다.

강동원 주연의 영화 ‘검은 사제들(2015)’에서 구마 사제들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완성했던 이곳은 최근 아이유와 박보검 주연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배경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195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계산성당은 주인공들의 결혼식 장소로 등장했다.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떨어지는 빛줄기는 드라마 특유의 따뜻하고도 애틋한 감성을 극대화한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촬영지인 중구 동산동의 3·1 만세운동길. [사진 대구시]


‘리틀 포레스트’ 일상 멈추는 휴식처

군위군 우보면에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인 ‘혜원의 집’이 있다. 사계절의 변화를 정직하게 담아냈던 이 집은 영화 개봉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힐링 성지’로 불리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너른 마당과 낮은 담장, 그리고 혜원이 요리를 하던 소박한 주방은 스크린 속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 ‘쉼’을 찾는 이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촬영지를 넘어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 특히 마당에 앉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잠시 눈을 감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영화 속 사운드트랙처럼 귓가를 맴돈다.



‘눈물의 여왕’ 사색과 성찰의 공간

군위군의 수목원 ‘사유원(思惟園)’은 웅장한 자연과 현대 건축의 정수가 만난 곳이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재벌가 가족들이 사냥을 즐기던 사적인 공간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인공 김지원과 김수현이 함께 걷던 장소는 사유원의 핵심 건축물인 ‘소요헌’이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알바로 시자(Àlvaro Siza)가 설계한 이곳은 노출 콘크리트의 간결함과 빛의 변주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수령 300~600년에 이르는 모과나무 10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루는 정원 ‘풍설기천년’ 역시 드라마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경험한 사색의 시간을 관람객들도 사유원에서 공유할 수 있다.

사유원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관람 인원을 엄격히 제한하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넉넉한 거리감을 두고 숲을 거닐 수 있어,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봄맞이 힐링 명소’로 손꼽힌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90개의 낭만 계단

대구 중구 동산동의 3·1 만세운동길은 3·1 운동 당시 대구 학생들이 일본 경찰을 피해 이동하던 길이다. 90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이 길은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박서준과 박민영이 손을 잡고 걷는 데이트 장소로 등장했다.

청라언덕과 계산성당을 잇는 계단 양옆으로 태극기와 대구의 옛 사진들이 늘어서 있어 역사적 장소라는 무게감이 드러난다. 동시에 푸릇한 나무들과 붉은 벽돌 등이 어우러져 트렌디한 영상미를 담아낼 수 있는 대구만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백경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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