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맞닿은 벚꽃의 향연 이월드·83타워 호수 위 흐르는 분홍색 물결 수성못 둘레길 끝없이 이어지는 꽃터널 용연사·송해공원 느림의 미학, 마지막 벚꽃 피날레는 팔공산
3월 26일, 대구의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분지(盆地) 지형으로 유난히도 포근한 겨울을 지나온 대구는 따뜻한 봄 열기를 한가득 안아 벚꽃에 내어준다. 2026년 대구의 벚나무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개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벚꽃은 다음 달 첫째 주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찰나의 순간이라 더 소중한 벚꽃, 대구의 봄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네 가지 ‘보석 스팟’을 소개한다.
대구 벚꽃 여행의 ‘클라이맥스’를 꼽으라면 단연 이월드다. 영남 지역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이월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벚꽃 성지다. 여의도 윤중로보다 3배나 많은 벚꽃 나무가 식재돼 있어 다음 달 이월드 전체가 거대한 분홍색 팝콘을 터뜨린 듯한 장관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이월드 봄 축제 ‘Blossom Picnic’은 지난 21일부터 시작해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진다. 이월드 봄 축제의 백미는 밤이다. 낮에 분홍빛으로 물들었던 이월드는 해가 지면 조명이 한둘씩 켜진다. 83타워로 올라가는 길목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조명이 벚꽃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면서 화려함을 선사한다. 해발 312m, 탑 높이 202m의 83타워 내 77층 전망대에 오르면 ‘벚꽃 스카이뷰’를 감상할 수 있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83타워와 벚꽃의 대비는 대구에서만 볼 수 있는 독보적인 야경이다.
이월드 입구 근처의 ‘빨간 2층 버스’는 사진 명소다. 버스 위로 드리워진 벚꽃 가지는 마치 런던의 봄을 대구로 옮겨놓은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83타워 일대에서 열리는 ‘벚꽃 플리마켓’에서는 대구 대표 떡볶이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도심 속의 휴식처, 수성못은 대구 시민들의 자부심이자 가장 낭만적인 산책로다. 약 2㎞에 달하는 수성못 둘레를 따라 조성된 벚꽃길은 평탄한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여유롭게 봄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물결에 비치는 벚꽃의 반영은 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또 수령이 오래된 수양벚꽃들이 물가로 길게 가지를 늘어뜨린 모습은 낭만을 더한다. 4월부터는 저녁이 되면 수성못 영상음악분수가 가동돼 화려한 레이저 쇼와 음악, 그리고 벚꽃이 어우러지는 오감 만족의 경험을 할 수 있다. 호수 일대에 수변데크·놀이공원·맛집 등이 어우러져 즐길 거리도 많다.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에서 천년고찰 용연사로 이어지는 ‘옥포로’ 일대는 매년 4월이면 거대한 꽃터널을 형성한다. 약 1.5㎞ 거리에 40년 이상 된 왕벚나무 수백 그루가 도로 양옆을 가득 메워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이곳은 ‘대구의 아름다운 거리’로 선정될 만큼 경관이 뛰어나 드라이브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보행로 정비가 완료돼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안전하게 벚꽃 아래를 거닐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다.
용연사 인근에 있는 옥연지송해공원 역시 지역을 대표하는 봄나들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공원에 들어서면 저수지인 옥연지를 따라 길게 늘어선 벚꽃길의 화려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3.5㎞의 송해 둘레길은 보통 걸음으로는 1시간 30분, 느긋하게 구경하면서 걸으면 2시간가량 소요된다. 호수 위로 흩날리는 벚꽃 잎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밤이 되면 화려한 야간 조명이 켜져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특히 대형 풍차와 수중다리 백세교는 송해공원의 상징적인 사진 명소다. 백세교를 한 번 건너면 100세까지 살고, 두 번 건너면 100세까지 무병장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음 달 중순에는 벚꽃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의 튤립이 송해공원 곳곳을 수놓는다. 잘 정비된 데크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금굴’은 더위를 식혀준다. 또 송해 기념관에서는 선생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가족·연인과 함께 가벼운 피크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도심의 벚꽃이 지기 시작할 때쯤, 아쉬움을 달래줄 곳은 팔공산국립공원이다. 고도가 높은 팔공산은 기온이 낮아 벚꽃이 대구 도심보다 약 일주일 정도 늦게 만개한다. 대구 벚꽃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곳으로 느지막히 벚꽃 나들이를 즐기기 좋다. 산림청이 공개한 2026 벚나무류 만개 예측지도에 따르면 팔공산 벚꽃은 다음 달 7일쯤 만개할 예정이다.
파계삼거리에서 동화사 입구까지 이르는 약 10㎞ 구간은 벚꽃 터널 드라이브 코스로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분홍빛 물결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벚꽃을 본 다음에는 동화사나 파계사에 들러 절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다음달 1일부터 5일까지 팔공산 동화마을 분수대광장 일대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 지역 특산물인 미나리와 삼겹살을 맛볼 수 있는 장터가 열리고, 다양한 문화 공연이 펼쳐져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봄나들이로 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