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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은 풍력발전기 92% 몰린 영덕…" 안전문제 보완 시급"

중앙일보

2026.03.23 19:16 2026.03.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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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한 풍력발전기가 전날 화재로 검게 타버린 가운데 해당 발전기 너머로 멈춰 선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연합뉴스
한 달여 전 중대 파손 사고에 이어 화재에 따른 사망 사고까지 발생한 경북 영덕풍력발전단지는 전국에서 가장 노후화가 심각한 곳으로 나타났다. 영덕풍력발전단지에 위치한 풍력발전기 24기 모두 준공한 지 20년이 넘은 노후 풍력발전기다. 이는 전국 풍력발전기 중 20년 이상 된 전체 26기 중 92.3%에 해당하는 수치다.

24일 한국에너지공단의 ‘풍력기 위치정보’에 따르면 영덕풍력이 운영하는 영덕풍력발전단지의 풍력발전기 24기는 준공일자가 2006년 1월 1일로 현재 기준으로 20년을 초과했다. 전국에 있는 풍력발전기 중 가장 오래 된 것으로, 제주도에 위치한 신창풍력의 풍력발전기 2기(2006년 3월 1일 준공)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영덕풍력발전단지, 전국서 가장 노후

일반적으로 풍력발전기의 설계수명은 20년이다. 설계수명은 설계 단계에서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하다고 보장하는 기간을 말한다. 하지만 실제 수명은 안전 점검을 거치면서 달라질 수 있다.

기둥(타워)는 그대로 두고 날개(블레이드)와 내부 발전기 등 핵심 부품만 교체하는 방식인 ‘리파워링(repowering)’으로 수명을 연장하기도 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영덕 풍력발전기도 지난해 5월 전문기관에 의뢰해 별도의 종합안전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에 따른 사고가 최근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3일 오후 1시11분쯤 영덕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 19호기 블레이드 부위에서 불이 났다. 풍력발전기 내부에는 풍력발전기 공급·수리업체 직원 3명이 투입돼 날개 균열 수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모두 숨졌다.
23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의 한 풍력발전기에서 불이 나 작업자 3명이 숨졌다. 프로펠러에서 발생한 불이 인근 야산으로 번졌다. 소방 당국은 헬기 14대와 장비 63대, 인력 253명을 투입해 진화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일에는 불이 난 발전기와 인접한 발전기 21호기가 기둥 중간 부분이 꺾이면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발생 불과 수 초 전에 차량이 도로를 지나가면서 자칫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영덕군이 잇따른 사고가 발생한 풍력발전기를 전면 철거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노후화 때문이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24일 “지은 지 20년이 지나서 낡은 데다 연이어 사고가 난 만큼 철거를 추진하려고 한다”며 “영덕군이 권한은 없지만 기후에너지부 등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노후 대비한 제도 보완을”

문제는 영덕풍력발전단지를 시작으로 준공 20년을 넘긴 노후 풍력발전기가 줄줄이 추가된다는 점이다. 강원 양양군 서면에 있는 양양육상풍력의 풍력발전기 2기는 오는 6월,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강원풍력의 풍력발전기 49기가 오는 9월 준공된 지 20년을 맞는다.

안전 관련 시민단체들은 노후 풍력발전기가 점차 늘어나게 되는 만큼 이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일 오후 영덕군 영덕읍 창포풍력발전단지에 있던 풍력발전기가 도로에 쓰러져 있다.   뉴스1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대표는 “풍력발전기 안전 관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 없다.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매뉴얼대로만 설비나 관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점차 신형 풍력발전기로 교체되고 있는 추세긴 하지만 안전사고 시 탈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 신형 풍력발전기로 하루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고현장 수습 끝나면 본격 수사 방침

한편 지난 23일 오후 발생한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는 24일 오전 현재 잔불이 잡히지 않고 있다. 불이 난 곳이 지상 80m 높이의 고공인 데다 발전기 내부에 남아 있는 기름도 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고 여파로 발생한 산불은 전날 오후 6시15분쯤 진화됐다.

경찰은 화재가 완전히 진화되고 사고가 난 풍력발전기 철거 작업이 모두 이뤄지는 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24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한 풍력발전기가 검게 그을려 있다. 해당 발전기에서는 전날 불이나 발전기에 올라가서 수리하던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현재까지 정식 수사에 착수한 단계는 아니지만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사전 확인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와 관련한 업체 관계자들의 업무상 과실 여부도 따질 계획이다. 현장 철거 작업이나 사망자 부검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해 원인 규명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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