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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 WTO도 압박…“韓, 개도국 지위 반납하라”

중앙일보

2026.03.2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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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등을 정조준해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경제 위상이 높아진 국가가 개도국 특혜를 누리며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무임승차’ 관행을 눈감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WTO 일반이사회에 ‘WTO 개혁에 대한 추가 관점(Further Perspectives on WTO Reform)’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12쪽 분량 문건에서 미국은 WTO 의사 결정 방식과 ‘특별·차등 대우(SDT)’, 필수 안보 예외 조항 등에 걸쳐 고강도 개혁을 촉구했다.

USTR은 “2019년 3월부터 2020년 3월 사이에 브라질과 싱가포르, 한국, 코스타리카 등 4개 WTO 회원국이 당시와 향후의 WTO 협상에서 SDT 조항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스스로 선언한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 등이 개도국으로서 특혜를 주장하지 말라는 취지다.

SDT는 개도국을 위한 일종의 특혜다. 개도국이 국제 무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세 인하 폭을 한시적으로 낮춰주거나, 합의 이행 기간을 길게 연장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이다. 수입 쌀에 관세를 부과하고 국산 쌀에 보조금을 주는 식으로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하는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2017~2020년) 때도 같은 주장을 폈다. 한국은 2019년 농업 분야 등에서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대내외에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선언조차 “단편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여전히 한국 정부가 개도국 특혜에 관해 가시적이고, 체감할 만한 변화 방안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USTR은 또 무역 분쟁이 발생했을 때 회원국이 ‘필수 안보(essential security)’ 조치를 발동할 경우 WTO가 개입하거나 적법성을 심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WTO가 미국의 관세 부과 등을 통제하지 말라는 취지다.

보고서는 26∼29일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리는 제14차 WTO 각료회의(MC-14)를 앞두고 나왔다. 회의에는 한국 대표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한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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