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사고의 발화지점과 원인을 조사할 중요 단서인 폐쇄회로TV(CCTV)는 외부에 설치된 1대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대전경찰청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23일 대전지방노동청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진행한 압수 수색에서 경찰은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 등 임직원 10명의 휴대전화와 회사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소방·안전 관리 문건을 확보했다. 경찰은 화재 직후 안전공업을 통해 CCTV 영상도 제출받았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화재방지 대책과 대피 조치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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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노동 압수수색 통해 소방·안전관리 문건 확보
하지만 화재 원인과 최초 발화지점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인 공장 내 CCTV 영상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장에는 외부를 비추는 CCTV 1대만 설치돼 있을 뿐 내부를 촬영하는 CCTV는 한 대도 없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이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일을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찰과 소방·노동당국은 사측과 노조가 협상을 통해 공장을 비추는 CCTV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안전 관련 부분은 압수한 서류와 공장 관계자, 직원 진술을 통해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가장 중요한 화재원인을 밝히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과정 등을 종합하면 화재는 지난 20일 오후 1시17분쯤 동관 건물 1층 공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전공업 직원은 지난 22일 경찰 조사에서 “(나는) 가공라인에서 일하는 데 당시 4라인 천장 덕트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불이 난 안전공업 동관(공장) 1층에는 4개의 생산라인이 설치돼 있다. 대덕소방서도 화재 당시 구조를 요청한 직원들로부터 “1층에서 시작한 불이 2~3층으로 올라온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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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감독 대덕구·대덕소방서 수사 검토
경찰은 불법 증축이 확인된 건물 2~3층 사이 휴게실 관련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사망자 14명 가운데 10명이 휴게실과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이 난 건물은 2014년 2층 공장과 3층 주차장, 4층 옥외주차장이 새로 증축됐다. 소방당국은 회사 측이 2~3층 사이 공간에 불법으로 100평(330㎡) 규모의 휴게공간을 마련한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불법 증축 관리·감독 기관인 대전 대덕구청과 대덕소방서에 대한 강제수사도 검토 중이다.
안전공업은 화재가 발생한 동관 건물뿐만 아니라 본관도 불법 증축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8월 이행 강제금 1억8165만원을 부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덕구는 2024년 1월 무단 증축 민원을 접수한 뒤 현장조사를 거쳐 안전공업에 이행 강제금 납부를 통보했다. 이후 안전공업은 허가를 거쳐 지난해 8월 건축대장에 불법 증축 부분에 대한 등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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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도 불법 증축…주차장 3층 나트륨 정제소 설치
화재가 발생한 동관 건물 3층(주차장)에는 위험물인 나트륨 정제소가 설치돼 있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안전공업 직원 진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위험물관리법상 나트륨은 폭발 위험이 높은 물질로 취급소와 제조소, 저장소를 설치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수사당국은 안전공업이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정제소를 설치, 운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안전공업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고는 경영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 중대한 인재(人災)”라며 “이전부터 화재가 발생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고 주장했다. 황병근 노조위원장은 “반복적인 안전 경고와 현장 요구를 묵살한 결과가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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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 중처법 위반 입건
경찰 수사와 별도로 노동부는 24일 오전 한국산업안전공단과 합동으로 자체 감식에 들어갔다. 23일 오후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를 중대 재해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를 기반으로 안전조치 의무 책임소재를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