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대전시 중구 한 장례식장.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사고로 숨진 최모(40)씨 빈소에서 통곡 소리가 연신 울렸다. 조문객을 마주한 최씨 어머니는 “아이고 어떡해”라며 오열했다. 최씨의 초등학생 아들 둘도 빈소를 지켰다. 최씨의 아내가 흐느끼자 10살 된 큰 아이가 엄마를 안아줬다. 고인은 사고 당일 “앞이 안 보인다”는 말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고,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후 사고 희생자 14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대전 등 장례식장에서 최씨를 비롯한 희생자 10명의 장례가 먼저 시작됐다. 최씨 유족은 3형제 중 둘째인 고인을 두고 “마음 따뜻한 효자”였다고 기억했다. 최씨는 전역을 한 20대 중반부터 줄곧 직장 생활을 해 왔다. 안전공업에 입사한 지 4년 됐다고 한다. 최씨 고모부는 “사고 전날에도 아버지 집에 와서 같이 밭일을 했다. 다음날 출근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며 “야간 근무라도 했으면 이런 사달은 나지 않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최씨의 6촌 할아버지는 “(손자)가 사고 당일 오후 1시쯤 엄마한테 마지막으로 전화해서 ‘나 숨이 안 쉬어져 질식할 것 같아’하고 전화가 끊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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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영원히 잊지 않을게"
그는 “형제 중에 가장 착했다. 아버지가 가장 믿는 자식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부친께서 ‘아들을 차가운 냉동고에 두기 싫다’고 하셔서 장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희생자 김모씨의 빈소는 그의 아내와 아들이 지켰다. 복도에는 ‘친구야 영원히 잊지 않을게’ ‘사랑하는 친구’란 글귀가 쓰인 근조화환이 여럿 놓였다. 중학교 동창 서모(46)씨는 “친구가 학창시절에 집이 부유하지 못해서 그런지 고교 졸업 이후에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최근 좋은 차도 사고,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모습을 보고 잘됐다 싶었는데 이런 변을 당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야간 일을 마치고도 아내의 상점 일을 돕곤 하던 가장이다. 김씨를 아는 지인은 “이렇게 가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친구 이모(46)씨는 “20일쯤 뒤에 보기로 했었는데 지난해 12월 친구 결혼식에서 만난 게 마지막이 됐다”며 “공장 일이 힘들지만, 내색 한번 안 하고 묵묵히 견뎌냈던 친구”라고 말했다. 김씨 중학교 동창들은 발인 때까지 빈소를 지킬 예정이다. 합동분향소에서 애타게 아들을 불렀던 희생자 박모씨의 어머니는 빈소 앞에서 또 한 번 무너졌다. “엄마 말을 그렇게 잘 듣는 놈이 이렇게 먼저 가면 어떡하냐. 엄마 어떻게 살라고”라며 오열했다. 희생자 백모씨의 지인은 “엄마 일을 잘 돕는 딸 같은 아들이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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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소방시설 제대로 됐는지 의문"
일부 유족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안전공업 사업장 내 환경을 탓하기도 했다. 한 유족은 “불이 안 나면 신기할 정도의 근무 환경에 소방교육도 엉터리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이사는 희생자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을 돌며 조문했다. 손 대표의 조문을 거부하는 유족과 고성을 내뱉는 조문객도 있었다. 손 대표는 ‘늘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썼다.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희생자 10명의 장례가 진행되고 있다. 2명은 장례를 원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 관계자는 “유족과 소통을 위해 담당 사무관 등 6개 기관의 연락처가 유족들께 제공됐다”면서 “희생자 14명의 유족에 대해 전담 공무원 체제를 꾸려 장례 비용을 우선 지급하는 등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