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출퇴근 시간대 노인 대중교통 무임 이용 제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해묵은 ‘노인 무임승차’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위기 대책 토의 중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언급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집중도가 너무 높으면 괴롭지 않겠느냐”며 “(노령층의) 무료 이용을 출퇴근 피크 시간에 한두 시간만 제한하는 (것은 어떠냐)”고 말했다. 이어 “노인이라도 출퇴근하는 분도 계셔서 구분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냥 놀러 가는 사람은 제한하는 것도 한번 연구해보시라”며 “이럴 때 분산시킬 방법을 한번 연구해보자”고 제안했다.
노인 무임승차 문제는 그간 도시철도 적자와 고령화에 따른 이용자 증가, 세대 간 형평성 문제와 맞물려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해묵은 이슈다. 무임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올리거나 국가가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지만, 노인 복지 축소 논란과 이동권 침해 우려에 가로막혀 제도 개편은 번번이 진전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피크 시간 제한’ 방안까지 거론하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낮 서울역ㆍ청량리역 광장에서 만난 노인들은 대체로 “원래 사람이 몰리는 출근 시간대를 피해 이동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량리역 광장에서 만난 80대 후반 여성은 “노인네들은 그 시간대 다니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 70대 남성은 “낮에나 나오지, 아침 일찍 안 나온다”라며 “눈치 보이는데, 출퇴근 때 돌아다니는 사람 없다”라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 이용 노인 자체가 많지 않은데 공개적으로 시간 제한론이 제기되면 실익은 없는데 노인들이 눈치 보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젊은층 출퇴근 혼잡을 덜어주자는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만난 60대 후반 여성은 “젊은 사람들 출근하기도 힘든데, 바쁜 일 없으면 굳이 그 시간대 안 다니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70대 후반 이모씨는 “젊은이들 힘드니까 오전 10시 이후로 (노인 무임승차를) 제한해야 한다”라며 “교통카드에 기능을 넣어서 그 시간대 빼고 공짜로 타게 하면 된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85세 김모씨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렇게 시간대를 제한하지 말고 그냥 65세를 70세로 올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요새 노인이 노인도 아니고…”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안전을 위해 업무나 급한 일이 아니라면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예전부터 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회가 제안한 노인 연령 단계적 상향도 이참에 논의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간대별 제한 논의뿐 아니라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순둘 한국 노년학회장(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해외에서도 한가한 시간에만 무임승차 혜택을 주고, 출퇴근 시간대에는 돈을 내고 타도록 하는 사례가 있다”라며 “진작 논의가 이뤄졌어야 할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선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무임승차 연령뿐 아니라 노인 연령 상향 논의를 해야 할 때”라며 “건강수명이 약 73세로 올라간 만큼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 상향을 정년 연장 등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