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신규 선임이사 과반을 회사 측 인사로 채우며 이사회 주도권을 이어갔다.
이번 주총에선 총 19명의 고려아연 이사 중 직무 정지된 4명을 제외한 15명의 구성이 재편됐다. 고려아연 측 이사 9명, MBK·영풍측 이사 5명으로 바뀌며 고려아연과 MBK·영풍의 구도가 기존 11대4 구도에서 9대5로 변경됐다.
황덕남·이선숙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됐고 월터 필드 맥랠런 원스파월드 홀딩스 이사와 최연석 MBK 전무가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랐다. 최 회장과 황 사외이사는 고려아연이, 맥랠런은 미국과의 합작법인 크루서블 JV가, 최연석 기타비상무이사, 이선숙 사외이사는 MBK·영풍측이 제안한 인물이다.
고려아연은 주총 직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의결권 미행사 결정을 내렸다. 일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까지 반대 의견을 내면서 재선임 여부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우려 속에서 고려아연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MBK·영풍측 인사 2명이 새롭게 이사로 선임되며 이들의 영향력이 커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표면적으로는 최 회장측이 과반을 유지했지만, 이사회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고려아연과 영풍·MBK측은 외국인 집중투표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주총 의장)은 개별 이사 표결 직전 “시스템상 외국인의 의결권이 과소평가되는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회사는 외국인 주주 의결권 찬성 표시가 된 후보에 대해 의결권 수를 비례 배분하는 방식으로 의결권 행사내역을 산정할 것임을 알린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15주를 가진 주주가 집중투표제로 5인의 이사 선임에 참여하면, 의결권은 15주의 5배인 75주가 된다. 이를 3명의 이사에게 집중 투표하면 한 사람당 25주씩 배분하는 게 통상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외국인 주주는 시스템상 문제로 집중투표제가 온전히 적용되지 못하는 한계가 생긴다. 25주가 아닌 15주씩 3명에게 배분되고, 결국 이 외국인 주주는 본인이 가진 총의결권 수 75개의 60%인 45개 의결권만 행사하는 ‘과소 집계’가 반영된다는 의미다.
고려아연 측 변호인은 “예결원에서 온 값에 위임장의 본질을 반영해 조정한 숫자를 검사인에게 제출하고, 반영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MBK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영풍측 대리인은 “사전 규칙 논의에서 예결원에 과소 표결이 있을 경우 그대로 반영하기로 합의했는데 고려아연이 돌연 입장을 바꿔 총 행사 의결권을 비례 배분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예결원 시스템에 입력된 원본에 회사가 해석으로 손을 댄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여러 명의 후보를 투표에 부쳐 표를 제일 많이 받는 순서대로 이사에 선임된다.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아야 유리한 구조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표결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다 계산하더라도 결과에는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외국인 집중투표제 과소 반영 논란은 또 다른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영풍 대리인은 “외국인 주주가 특정 후보에게만 찬성 의사를 표시한 것은 다른 후보자에게 기권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회사가 남은 표결 값을 임의로 비례 배분하는 것은 현저히 불공정하게 주주총회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 경우 법원에 가처분 등 법적 조처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대리인은 “일단 회사 방침대로 진행하고 향후 문제가 되면 또 어떤 법원의 판단에 따라 해결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최 회장측(우호지분 포함 시) 37.9%, MBK·영풍 측은 41.13%, 국민연금 5% 현대차그룹 5% 정도로 추산된다. 1·2대 주주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