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이 피해 회복을 위해 내놓은 지역발전기금과 이자 등 3000억여원이 피해 복구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기금 이자 등 수익의 상당 부분을 기금 운용 단체가 집행부의 억대 연봉과 매월 수백만원의 회의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등 인건비와 운영비에 쓴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과 홍콩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충돌로 유조선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지 9년 뒤인 2016년, 삼성중공업은 지역발전기금 2900억원을 법정기부금단체인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에 지정 기탁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이 기금으로 목적 사업을 하는 피해민 단체 두 곳이 만들어졌다. 재단법인 서해안연합회(연합회)와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조합)이다.
두 단체는 2018년 11월 모금회와 배분사업 계약을 맺었다. 기금에 이자가 붙어 연합회 몫으로 1043억여원, 조합 몫으로 2024억여원이 지급됐다. 사업 기간은 연합회의 경우 2019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5년, 조합은 2019년 1월부터 2028년 12월 말까지 10년으로 정해졌다. 피해민 복리 증진 및 지역공동체 복원 사업으로 용도가 제한됐다.
그런데 연합회는 장학·종패 보급 사업 일부를 제외하면 이미 사업 기간이 종료된 지 2년 넘은 현재 시점까지도 기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이사장의 연봉은 2023년 1억4000만원에 달했고, 지역별로 선임한 등기 이사 12명에게도 매월 회의비로 250만~300만원씩 지급했다. 조합 역시 인건비 등 운영비로 쓴 돈만 사업 3년 차인 2021년까지 100억원에 달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해수부)와 모금회는 2023년 5월 사무검사와 합동 현장 점검을 벌인 뒤 같은 해 8월 배분금 환수를 통보했다. 그러나 연합회와 조합은 이에 불응해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출금 상환 등 명목으로 47억여원을 임의 소비한 혐의(횡령 등)로 연합회 이사장과 사무총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편도진 유류피해기금 권리찾기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은 “단체를 좀비단체화해 ‘마르지 않는 샘’을 만들고 월급만 계속 챙기려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해수부가 2020년 12월까지 피해 대상자를 명확히 정해주지 않았고, 이후엔 코로나19로 진척이 없었던 것”이라며 “억대 급여는 해수부 승인을 받아 집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