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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서 사죄한 대표, 임원 앞에선 “유가족이고 XX이고…”

중앙일보

2026.03.24 08:01 2026.03.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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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대전시 중구의 한 장례식장. 74명의 사상자가 나온 안전공업㈜ 화재로 숨진 40대 최모씨 빈소에서 통곡 소리가 연신 들렸다. 조문객을 맞은 최씨 어머니는 “아이고 어떡해”라며 오열했다. 최씨의 초등학생 아들 둘도 빈소를 지켰다. 큰아들은 우는 엄마를 안아줬다.

안전공업 화재로 숨진 14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된 가운데 이날 오전부터 대전지역 장례식장 4곳에서 7명의 장례가 먼저 시작됐다. 최씨 유족은 “사고 전날에도 아버지 집에 와서 밭일을 하고 갔다. 마음 따뜻한 효자”였다고 말했다. 최씨의 6촌 할아버지는 “(손자가) 사고 당일 오후 1시쯤 엄마에게 전화해 ‘나 숨이 안 쉬어져 질식할 것 같아’라고 말한 뒤 전화가 끊겼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희생자들의 빈소는 유족 협의가 끝나는 대로 차려질 예정이다.

그제부터 연이틀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에 사죄하며 눈물을 흘렸던 손주환 대표가 24일 임직원 회의 자리에서 희생자와 유족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 논란을 빚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손 대표는 자신을 비판한 언론 보도와 관련해 “어떤 ×가 (기자를) 만나는지 말하란 말야”라고 질책하면서 유족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임직원에게 “뭘 가만히 있어 봐. 유족이고 ××이고 간에”라고 말했다. “이번에 타 죽은 사람이 누가 있는지 알아? 늦게 나온 사람이 (타 죽었어). 늦게 나오면 돼, 안 되겠어”라고도 했다. 손 대표는 이날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손 대표는 이번 참사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대전경찰청은 지난 23일 압수수색에서 손 대표 등 임직원 9명의 휴대전화와 건축 설계도면, 안전 작업일지,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하지만 화재 원인과 최초 발화지점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인 공장 내 CCTV 영상은 확보하지 못했다. 공장에는 동관 외부에 CCTV 1대만 설치돼 있을 뿐 내부에는 CCTV는 한 대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수사당국이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노사가 협상을 통해 공장을 비추는 CCTV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안전 관련 부분은 압수한 서류와 공장 관계자, 직원 진술을 통해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공업은 화재가 발생한 동관뿐 아니라 본관도 불법 증축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8월 이행 강제금 1억8165만원을 부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덕구는 2024년 1월 무단증축 민원을 접수한 뒤 현장조사를 거쳐 이행 강제금 납부를 통보했다. 이후 안전공업은 허가를 받고 지난해 8월 건축대장에 불법 증축 부분에 대한 등재를 마쳤다.

불이 난 동관 3층에는 위험물인 나트륨 정제소가 설치돼 있던 사실도 드러났다. 위험물관리법상 나트륨은 폭발 위험이 높은 물질로 취급소와 제조소, 저장소를 설치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소방당국은 안전공업이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정제소를 설치, 운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안전공업은 지난 15년간 화재로 7차례나 119소방대가 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두 차례 자체 소방 점검을 했지만,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기름찌꺼기나 유증기 등은 점검항목에서 빠져 있었다.





신진호.최종권.이아미.곽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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