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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공항 통합, 숫자가 알려주는 불편한 진실

중앙일보

2026.03.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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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인 한국교통대 연구교수
공공기관 통합은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다. 중복 기능을 해소하고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의 대전제는 ‘1+1=2’를 넘어서 +α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는가다.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3개 기관 통합안은 과연 이 전제를 충족하는가? 숫자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답은 명확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2024년 당기순이익은 약 4800억원이다.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관할 14개 공항 중 11곳이 만성 적자로 연간 1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가덕도를 포함한 신공항 건설비 총 23조원이 더해진다. 인천공항의 수익 만으로 이 모든 적자와 건설비를 감당하자는 구상은 재무적으로 성립이 어렵다. 더구나 인천공항 자체도 개항 25년이 경과하면서 노후시설 개선에 3조원,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지원에 1조1000억원 등 대규모 지출이 예정되어 있어 2030년대 중반쯤엔 적자 전환이 확실시 된다. 결국 통합은 흑자 기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거대 만성 적자 공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 부담은 국민의 몫이 된다.

선행 사례도 경고하고 있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으로 출범한 LH는 출발부터 134조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기능 중복 해소라는 당초 명분과 달리, 조직문화 충돌과 부채 누적이라는 부작용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양사 재분리 논의마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기능과 역할이 상이한 조직의 물리적 결합이 시너지가 아닌 갈등을 낳는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사실이다.

교통정책 연구자로서 분명히 짚고 싶은 점이 있다. 인천공항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국제선은 인천에 집중하고 지방공항은 국내선 중심으로 활성화한다는 분리정책이 25년간 일관되게 작동한 결과다. 덕분에 인천공항은 국제여객과 화물 모두 세계 3위, 서비스평가 12연패라는 성과를 이뤘다. 또 정부에 대한 누적 배당금만 3조원에 달하는 모범적인 공기업으로 올라섰다. 글로벌 항공업계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이 정책 프레임을 스스로 허무는 것은 공든 탑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물론 지방공항 활성화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그 해법은 기관 통합이 아니라, 수요에 기반한 권역별 재편이라는 근본적 처방에서 찾아야 한다. 효율화의 이름으로 검증된 성공 모델을 해체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도박이다. 국가 항공정책의 백년대계가 걸린 만큼, 충분한 공론화와 각계 전문가 참여를 통한 면밀한 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권영인 한국교통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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