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광장에도 대규모 공연이 있었다. 그해 10월 4일 가수 싸이가 서울광장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다. 이름하여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무섭게 인기를 끌자 보답 차원에서 마련된 2시간짜리 무료 공연이었다. 흥이 오른 싸이는 무대 위에서 소주를 병째 들이켰다. AFP는 ‘애국가로 시작해 단체 말춤으로 절정에 올랐다’고 공연을 요약했다. 당시 사진을 보면 2002년 월드컵 열기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서울광장은 물론 세종대로까지 인파로 빼곡했다. 그런데도 경찰이 추산한 군중은 8만 명에 불과했다. 지난 21일 광화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컴백쇼가 썰렁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상대적으로 면적이 좁은 원형 광장이 아니라 훨씬 길고 넓은 1.2㎞ 면적에 청중이 분산되는 형식이었으니, 10만 명(하이브 추산)이 아니라 20만 명이 몰렸다 한들 강렬함을 원하는 이들의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페이스북에는 아티스트에게 치명적인, 공연 퍼포먼스에 대한 혹평까지 있다. 물론 격려도 있다. K팝과 BTS에 익숙한 전문가일수록 호의적이다. 『BTS 길 위에서』를 쓴 홍석경 서울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멤버들이 ‘군백기’ 전보다 세련되져서 돌아왔다며 ‘음악그룹으로서는 성공한 컴백’이라고 썼다.
넷플릭스 생중계 등 전례 없는 분위기에 각성된 BTS 입문자에게는 14곡, 41분짜리 새 앨범 ‘ARIRANG’의 중간쯤에 박힌 ‘No. 29’가 신기할 수밖에 없다. 맨 처음 한 번 울리는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종소리가 유일한 소리인 1분38초 길이 곡이다. 그나마 30초쯤 지나면 인간의 가청음역대(20㎐~20㎑ 주파수) 아래 저주파로 내려가 사실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성능 하이파이 오디오로나 들을 수 있는 소리라고 한다(음향학 전문가인 김양한 KAIST 명예교수). 비트가 강한 곡들 사이에서 쉬어 가라는 뜻일까. 실험도 불사하는 음악 결단으로 봐야 한다는 한 대중음악 평론가의 해석이 그럴듯하다.
기자는 묵상을 촉진하는 침묵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묵언은 불가의 오랜 수행법이다. 침묵에서 지혜가 싹튼다고 그들은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