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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포럼] 미국 관세 쇼크는 상수…기업 생산성 높여서 돌파해야

중앙일보

2026.03.24 08:18 2026.03.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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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미국의 관세 압박과 한국의 대응 전략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백악관에서 연방대법원의 관세 정책 위헌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프로그램 대부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상호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폭주에 제동을 걸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멈출 기미가 없다. 곧바로 새로운 글로벌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어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동맹국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어떻게든 기존 상호관세(15%)와 유사한 수준의 새로운 관세를 관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여기에 중동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불확실성 확대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는 지난 23일 ‘끝없는 미국의 관세 압박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첫 통상포럼을 열었다. 첫 포럼인 만큼 기탄없는 의견 개진을 위해 발언자를 특정하지 않는 ‘채텀하우스 방식’으로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세계 리더로서 자신감 상실한 미국
트럼프 후에도 관세 압박 지속될 듯
피할 수 없다면 투자 기회로 살려야
통상 전략 수립의 ‘시스템화’ 필요

WTO 체제 약화…선택적 경제협력 시대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발제)=룰(Rule)에 기반한 국제 경제 질서에 균열이 시작됐고, 힘과 거래(Power & Deal)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시스템이 약화하고, 각국의 이익에 따라 통상과 안보의 결합이 심화하는 단계다. 경제적 논리로 협력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분야별 또는 이슈별로 협상하고, 선택적으로 경제 협력을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지정학적 동맹 구조에 따라 제조업 지형 또한 변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 경쟁의 기준이 최저비용에서 ‘총비용+리스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단순히 생산비용을 낮추는 경쟁이 아니라 관세·물류·보험 비용과 함께 각국의 산업 정책과 연계된 관세·비관세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러한 힘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이미 글로벌 제조업 무대에선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3대 전략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공통점은 기술 경쟁이 곧 제조 경쟁이라는 점이다. 이 경쟁은 공장만이 아니라 전력·데이터센터·네트워크까지 포함한 산업 생태계 경쟁이다. 핵심 광물 등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생산 거점을 재설계하는 게 필수적이고, 표준·규제 등 규칙을 정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생존할 수 있다. 결국 기업 경쟁력 강화를 발판으로 관세 등 통상 장벽을 돌파해야 한다.

전통적 동맹에도 무차별적 관세 공세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 홍석현 이사장,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왕윤종 전 국가안보실 3차장, 박준 IMM프라이빗에쿼티 이사,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장진영 기자
이날 참석자들은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을 포함해 지정학 중심의 새로운 국제 질서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빠르고 정교한 대응을 주문했다. 한 참석자는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캐나다·멕시코를 비롯해 한국이나 일본 같은 전통적 동맹에 대해서까지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세계 리더로서 자신감을 잃었다는 방증”이라며 “당장의 관세 방어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변화와 함의를 잘 분석하는 게 첫 단추”라고 말했다.

미국이 대략 7월까지 각국과의 통상 협의를 끝내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한국 입장에서도 시간은 많지 않다. 한 참석자는 “미국이 시급히 무역법 등 다른 통상법 조항을 적용하려고 하지만 원칙이나 절차를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도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 내 상황에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혜국 대우 시대’ 끝…새 질서 적응해야
다수의 참석자는 관세 부과가 상수가 된 현실에 맞춰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하면 트럼프 2기는 훨씬 더 논리적으로 무장되고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의지 또한 강하다”며 “WTO의 금과옥조인 최혜국대우(MFN)의 시대는 이미 끝났고, 싫든 좋든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연방대법원 판결 전까지 한 달에 300억 달러씩 세수가 들어왔는데 이런 세수를 새 대통령이 들어선들 하루아침에 없앨 수야 있겠느냐”며 “미국의 관세 압박이 상수가 된 만큼 결국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기술 경쟁력으로 그 압박을 돌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약속을 피할 수 없다면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대만의 경우 미국에 투자할 때 들어가는 생산 설비나 원자재 등에 대해서는 관세 면세를 받았는데 한국도 양보할 때 하더라도 뭔가 더 얻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업적 합리성’ 불투명, 한국은 실리 취해야
비슷한 맥락에서 한 참석자는 “한국처럼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일본은 오랜 기간 해외 곳곳에서 자본 투자를 해왔고, 사업 진행 전반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반면에 한국 입장에선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미국의 이해와 한국의 이익을 혼합해 장기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한국 석유 수입량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량이 중동에서 오는데 최근 중동에서 위기가 고조되자 곧바로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 결국 다변화가 필수적”이라며 “에너지 수송과 관련된 LNG 터미널이나 조선 분야는 미국도 원하는 사업인 데다 참여할 수 있는 한국 기업도 많기 때문에 매력적인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대미투자의 전제 조건으로 언급한 상업적 합리성에 대한 지적은 나왔다. 한 참석자는 “경제 안보라는 개념 자체가 상업적 합리성을 배제하고, 총비용을 따지는 것인데 실제 대미 투자 단계에서 정부의 표현처럼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될지 의문”이라며 “구체적인 논의 단계에서 동상이몽을 넘어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상품 경합에 한·미 협력 필수적
대미 투자를 계기로 미국과의 협력 범위를 넓혀가는 게 중국을 견제할 유효한 수단이 될 거란 시각도 많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중간재 수입의 27.7%가 중국에서 온다. 특히 반도체 전 공정과 배터리 등 한국의 전략 산업 분야에서 의존도가 높다.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한 참석자는 “한국과 중국은 같은 제품을 만들어 팔지만, 중국이 더 싸게 만들고 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 입장에서 미국은 전략적 가치가 있는 시장인 만큼 10~20년 후를 내다보는 투자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통상 전략 수립의 ‘시스템화’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미국 중심의 블록 측면에서 보면 미국은 한국이 원자재나 중간재 부문에서 중국과 어느 정도 단절하길 원할 거란 시각도 있다. 한 참석자는 “트럼프가 광인처럼 보여도 한국·일본을 포함한 경제 블록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길 원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의 움직임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며 “한국에도 몇 년 후엔 미국이 유력한 최종재 수출 시장이 될 게 분명하고, 일본 또한 비슷한 시각에서 미국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세 장벽 압박에는 논리적 대응 필요
미국이 대표적 통상 무기인 무역법 301조를 발동한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301조를 발동하며 과잉 생산과 보조금, 환율은 물론 환경·노동 규제를 망라했는데 여기엔 다른 나라를 바라보는 미국의 인식이 잘 담겨 있다”며 “향후에도 미국이 각종 비관세 장벽을 활용해 압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무역수지 흑자는 몰라도 과잉 생산 부분은 한국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석유화학처럼 중국발 과잉 공급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을 담아 방어 논리를 잘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 투자에 따른 환율 충격을 잘 방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10년에 나눠서 집행하지만 한국의 외환보유액에 버금가는 대규모 투자인데 그만큼 금융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라며 “실제 투자가 시작되면 환율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참석자들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 미국 정치권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합법적인 수준에서 대미 로비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홍석현 이사장은 “기존의 질서를 흔드는 시도들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상황에서 한국의 고민이 깊지만, 우리에겐 반도체를 비롯한 강한 제조업이란 무기가 있다”며 “다층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만큼 우리 사회의 각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반도평화만들기=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 위해 2017년 11월 출범했다. 산하 통상포럼은 급변하는 교역 환경 변화에 대응할 실질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 구성됐다. 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장원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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