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채택 예정인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재명 정부 첫해인 지난해엔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는데, 올해는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에서 이 문제를 놓고 논의했는데, 외교안보 부처 간 입장이 달라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기류는 출범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선제조치를 해 온 정부가 그간 인권결의안에 거부감을 보여 온 북한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빚어졌다. 북한은 올해 21번째를 맞는 유엔 인권결의안에 대해 그간 ‘내정 간섭 도구’라는 등 강하게 반발해 왔다.
남북 소통 채널을 복원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의미가 있다. 특히, 정전 체제하에서 돌발 상황 관리를 위해서도 지금과 같은 소통 단절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남북관계를 국제적인 맥락에서 접근하지 않을 경우 효과가 없거나 동맹 내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고, 자칫 외교적 고립마저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과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과의 관계 변화에 연동돼 있으며, 따로 분리돼 추진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 남북관계를 둘러싼 부침의 역사를 돌이켜봐도 인권결의안이 북한의 대화 호응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아니라는 게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이란 보편적 가치를 남북관계 개선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듯한 정부의 접근 방식이 과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국제사회에 한국의 인권관(觀)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심어줄 소지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제 공개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은 “가장 적대적인 국가”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공화국을 건드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핵 공격 위협도 다반사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런 ‘협박성’ 발언을 한다고 해서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중단하지 않는 것처럼, 북한이 결의안에 거부감을 보인다는 이유로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게 인권과 관련한 글로벌 스탠더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