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보유세 손질하려면 부동산 과세 전반의 합리화부터

중앙일보

2026.03.24 08:28 2026.03.24 19:4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집값 안정을 목표로 보유세 강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투기를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최악의 문제”라며 “부동산 투기를 방치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0.1%의 물샐틈도 없이 준비하라”며 정책 당국에 세제를 포함한 철저한 부동산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전엔 “저도 궁금했다”며 SNS에 선진국의 보유세 세율 기사를 공유하며 보유세 강화 논의에 불을 지폈다. 공유한 자료는 서울이 뉴욕·도쿄보다 세율이 낮다는 취지였는데, 여기엔 핵심을 놓친 측면이 있다.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0.15%로 낮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거래세까지 포함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총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91%)을 웃돈다. 취득세와 양도세 등 거래세까지 합치면 2.67%로 OECD 평균(1.27%)의 두 배를 넘는다. 보유세만 떼어 비교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게다가 공시가격을 매년 반영하는 구조여서 보유세는 거의 해마다 오른다. 올해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부담 급증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유세 세율만 더 올리면 시장 왜곡이 커진다.

해외 사례도 신중히 봐야 한다. 뉴욕은 보유세 비중이 높은 대신 취득·양도세 부담이 낮고, 과세 기준도 취득가 중심이다. 집값이 오르면 보유세도 덩달아 올라가는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부동산 정책 모범 사례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토지 국유화에 가까운 체제다. 게다가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3년 이상 보유한 뒤 매도하면 양도세가 없다.

제도적 기반이 다른 상황에서 세율만 외국 사례를 따라가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투기 억제라는 문제의식이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과세 체계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보유세를 높이려면 취득·보유·양도를 아우르는 과세 체계 전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거래세 부담 때문에 거래가 경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이다. 선진국도 도시 재생을 통해 지속해서 주택을 공급한다. 충분한 공급 없이 부동산 세금만 강화하는 것은 주택 시장 왜곡을 더 부추길 뿐이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