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약왕으로 불리는 박왕열(48)이 25일 오전 국내로 송환된다. 그는 필리핀에서 살인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있는 상황에서도 호화 생활을 하며 국내에 마약을 유통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도를 요청한 지 3주 만에 전격적인 송환이 이뤄지게 됐다.
드라마 '카지노'의 모티브 되기도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는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박왕열을 송환한다고 밝혔다. 전날 필리핀에서 임시인도를 마치면서다. 임시인도는 자국의 재판 또는 형 집행을 중단하고 범죄인인도 청구국에 신병을 넘겨주는 제도다. 박왕열은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으로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박왕열은 텔레그램 아이디 ‘마약왕 전세계’로 활동하면서 국내에 마약류를 공급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드라마 ‘카지노’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그는 필리핀에서 두 차례나 탈옥에 성공해 도피하다가 2020년 다시 붙잡혔다. 도피 과정에서 그는 ‘바티칸 킹덤’이라는 국내 마약판매 조직을 구축하고 던지기 방식으로 전국에 마약을 뿌렸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가 투약한 마약 역시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유통됐다.
필리핀 교도소에서도 마약 유통
경찰은 박왕열이 교도소 수감 이후에도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 유통을 지시한 것으로 본다. 2023년엔 박왕열을 교도소에서 접견하고 영상통화 등을 통해 마약을 대거 들여와 판매한 국내 판매책을 검거하기도 했다. 당시 검거된 국내 마약 유통책과 박왕열 간 텔레그램 대화를 보면 “(마약 유통) 품목은 뭐뭐 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박왕열은 “세상에 존재하는 마약 전부”라고 답한다.
박왕열이 수감됐던 뉴빌리비드 교도소는 개인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스파와 테니스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마약판매 등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력을 활용해 교도소 안에서 사실상 왕처럼 군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필리핀 정상회담서 인도 요청
박왕열에 대한 송환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한국-필리핀 정상회담에서 박왕열에 대한 임시인도를 직접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만난 이후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이면서도 계속 텔레그램을 이용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사람이 있다. 교도소로 애인을 불러 논다고 하더라”며 인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박왕열을 수사기관으로 즉시 인계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히 사법처리할 계획이다"며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왕열이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마약 유통 등 범행을 방치할 경우 사법정의 훼손과 함께 다른 해외교도소 수감자들의 모방범죄가 우려된다고 판단해 신속한 송환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