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각 부처에서 세제든, 금융이든, 규제든 다들 준비하고 있을 텐데 엄정하고 촘촘하게 0.1% 물 샐 틈도 없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정치적 고려를 전혀 할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부동산과 관련해 설왕설래가 많은 것 같은데 여전히 부동산 불패, 정부가 시장을 이기겠냐 버티자 이런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부동산 투기를 방치하면 나라가 망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X(옛 트위터)를 통해 보유세 문제도 언급했다. 한국과 주요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비교한 기사를 공유하며 “저도 궁금했습니다. 선진국 주요 도시 보유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이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 중 보유세만 콕 짚어 직접 언급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공유한 내용엔 미국 뉴욕(1%)과 일본 도쿄(1.7%), 중국 상하이(0.4~0.6%)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한국(0.15%)보다 높다는 점이 담겨 있다.
이에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를 본격 검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2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가·비거주 1주택자 대상 보유세와 관련해 “똘똘한 한 채 문제도 있고, 비거주 1주택을 포함해 강력한 정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20일 “서울과 같은 메트로폴리탄 도시인 뉴욕·런던·도쿄·상하이의 보유세를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 현재로서는 보유세 인상은 아니다”면서도 “(보유세는) 부동산이 잡히지 않고 계속 상승하거나 매물이 잠기는 현상이 생겼을 때 검토할 수 있는 정부의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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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보유세 부담률, 한국 0.93%…OECD 38개국 평균인 0.94%와 비슷
이 대통령이 인용한 한국 보유세 실효세율 0.15%는 부동산 자산 가치 총액에 부동산 세수 총액을 나눠 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한국보다 실효세율이 낮은 곳은 비교 가능한 OECD 회원 30개국 중 노르웨이(0.11%), 독일(0.09%) 등 9개국 정도다.
하지만 한국은 부동산 자산 가치가 다른 비교 대상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실효세율이 낮게 잡힌다는 분석이 있다. 각국이 부동산 자산 가치를 산출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 국제 비교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실제 부동산세 부담을 측정하는 다른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 부담 비율을 살펴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는 GDP 대비 0.93%로 집계됐다. 38개 회원국 평균인 0.94%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나뉘어 있는데, 재산세 자체는 낮은 게 맞지만 종부세를 내는 주택을 대상으로 한 세 부담은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시별 보유세 역시 단순 비교가 어렵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미국만 해도 주마다 부동산 과세를 위한 자산 가치 평가 기준이 다른데 시세가 아닌 취득가액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곳도 있다”며 “국제 비교를 하려면 재산세뿐 아니라 취득세 등 세제 전반을 함께 놓고 세 부담을 비교해야 한다”고 짚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잡혔지만(한국부동산원),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매물 잠김 현상 등이 있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 입장에선 세제 카드 등 강도 높은 압박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유세는 가장 최종적으로 검토할 정책 사안”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사항으로 보유세 인상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7월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담는다. 정부 안팎에서는 과표 구간을 세분화해 초고가 주택 등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방식이 거론된다. 국토부 고시나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등으로 보유세를 산정하는 모수를 높이는 방안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