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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숨은 몸통만 6km"…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돌' 정체

중앙일보

2026.03.24 13:00 2026.03.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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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루-카타추타 국립공원은 울루루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아낭구족 벽화가 그려진 동굴이나 의례를 치렀던 동굴은 일절 촬영할 수 없다. 특히 울루루 동북쪽 면은 촬영은커녕 접근도 안 된다. 사진 보도는 더 어렵다. 모든 보도용 사진은 국립공원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헬기 투어 때 촬영한 울루루 사진 대부분이 국립공원 측으로부터 게재 불가 판정을 받았다. 아낭구족의 일부 성지가 노출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어쩔 수 없이 호주관광청이 제공한 사진을 싣는다. 사진 호주관광청
지구 반대편 호주에는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돌이 있다. 돌이 크면 바위라고 하는데, 이 돌은 바위를 넘어선다. 높이 348m에 둘레는 9.4㎞나 돼서다. 이 정도면 산이 맞겠다. 돌 하나로 이루어진 산. 호주 대륙의 원주민은 허허벌판 아웃백(Outback·초원)에 홀로 선 이 산 같은 돌을 울루루(Uluṟu)라 부른다.

이달 중순 2박3일 울루루만 바라보고 살았다. 해 뜨기 전 울루루가 보이는 아웃백으로 나가 해가 진 뒤에야 돌아왔다. 원주민도 감히 쳐다보지 못하는 영역이 있을 정도로 신성한 곳이라고 해서 악착같이 울루루를 보고 만지고 느끼고 다녔다. 울루루 여행법을 공개한다. 2019년 호주 정부가 강력한 보호조치를 시행한 뒤 여행 절차가 몹시 까다로워졌다.

돌 하나가 세상
호주의 광활한 대지에 홀로 우뚝 선 울루루. 모래가 긴 풍파를 버텨 거대한 세상을 이뤘다. 사진 호주관광청
울루루는 세상에서 제일 큰 돌이다. 지상에 드러낸 모습만으로도 천하를 호령하는데, 실은 지하에 숨은 몸통이 훨씬 더 크다. 3∼6㎞ 깊이로 땅속에 박혀 있다고 한다.

울루루는 사암이다. 모래로 이루어진 돌이다. 화산 폭발로 솟아오른 게 아니라 모래가 똘똘 뭉쳐 풍파를 이겨냈다. 울루루는 5억5000만년 전 생성됐다. 모래 한 알 한 알이 단결해 5억년이 넘는 세월을 견뎠다는 뜻이다. 모래도 뭉치면 하나의 세상을 만든다.
울루루의 동굴. '부엌 동굴'이라고 불린다. 아낭구족이 이 동굴에서 음식을 해먹었다고 한다. 손민호 기자
울루루는 호주 원주민 애버리진(Aborigine)의 하나인 아낭구(Aṉangu)족의 영토다. 아낭구족은 최소 3만년 전부터 울루루 일대에서 살았다. 울루루는 아낭구족이 지은 이름이다. 놀랍게도 울루루에는 뜻이 없다. 무언가 거룩한 뜻을 품은 줄 알았는데, 아무 뜻도 없단다. 이유가 있다. 울루루는 이름을 불러주기 이전의 존재여서다. 갓난아기 옹알이처럼 언어로 표현되기 전의 세상이어서다. 적고 보니 거룩한 이름이 맞는 것 같다.

울루루가 에어즈록(Ayers Rock)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1983년 윌리엄 고스라는 영국 출신 호주 이민자가 1873년 울루루를 발견하고 당시 남호주지사 헨리 에어(Henry Ayer)의 이름을 붙였다. 1985년 호주 정부가 아낭구족에게 울루루 일대 소유권을 돌려준 뒤로 원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울루루만 통용된다.
헬기에서 내려다본 카타추타. 울루루와 짝을 이루는 명소이자 성지다. 돌 한 개로 이루어진 울루루와 달리 카타추타는 36개 암봉의 돌무더기다. 멀리 울루루가 내다보인다. 손민호 기자
울루루는 국립공원이다. 정식 명칭은 ‘울루루-카타추타(Uluṟu-Kata Tjuṯa) 국립공원.’ 카타추타는 울루루에서 25㎞ 거리에 있는 돌이다. 돌은 돌인데, 무더기 돌이다. 36개 암봉으로 이뤄졌다. 하여 이름이 카타추타다. 카타추타는 아낭구족 언어로 ‘많은 머리’라는 뜻이다. 카타추타도 아낭구족의 영지(靈地)다. 울루루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에 등재됐다.

울루루를 여행하는 법
울루루의 쿠냐 워크(Kuniya Walk). 아낭구족의 전설이 서린 성지다. 쿠냐는 뱀의 형상을 한 여신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독사 '리루(Lilu)'를 물리치는 전설이 내려온다. 손민호 기자
울루루 여행은 제약이 많다. 울루루와 카타추타 모두 아낭구족의 성지여서다. 탐방로가 극히 제한돼 있으며, 길이 있어도 차단된 경우가 많다. 탐방로에서 벗어나서도 안 된다. 울루루 등반은 2019년 전면 금지했다. 불편하고 성가신데도 울루루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울루루 여행은 일출과 일몰 시각에 집중된다. 일출과 일몰 즈음의 울루루가 제일 예뻐서다. 특히 저녁놀 질 때 울루루는 붉게 타오른다. 한낮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여름엔 너무 덥고, 무엇보다 파리가 극성이다. 파리는 울루루 여행의 최대 복병이다. 해종일 파리떼가 달려든다. 파리망이 없으면 야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헬기에서 내려다본 카타추타. 제일 높은 봉우리 올가(Olga)봉의 높이가 487m로 울루루보다 높다. 높은 봉우리 사이 좁은 틈이 바람의 계곡, 왈파 고지다. 들어가면 어마어마하게 넓다. 손민호 기자
카타추타 왈파 고지 트레킹 장면. 계곡 너머까지 길이 이어지지만, 중간쯤에서 막아놨다. 계곡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카타추타에 사는 위대한 뱀 와남비가 뱉는 날숨이다. 손민호 기자
울루루를 여행하는 방법은 의외로 다양하다. 일몰과 일출 시각에 맞춰 다양한 액티비티가 진행된다. 헬기 일몰 투어도 있고, 울루루와 카타추타의 트레일을 걷는 프로그램도 있고, 해 지는 울루루를 바라보며 저녁 만찬을 즐기는 이벤트도 있다.

걷기에는 카타추타가 울루루보다 낫다. 거대한 암봉 사이 협곡을 걷는 왕복 2.6㎞ 길이의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협곡 이름이 ‘왈파 고지(Walpa Gorge)’다. 왈파가 바람이란 뜻이니 바람의 계곡이다. 아낭구족 전설에 따르면 카타추타 꼭대기에 와남비(Wanambi)라는 위대한 뱀이 살고 있다. 침입자가 들어오면 와남비가 큰 숨을 뱉어 쫓아낸다. 고맙게도 나에게는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브루스 먼로의 조명 설치 작품 '필드 오브 라이트.' 축구장 7개 면적에서 5만 개가 넘는 유리 조명으로 깜깜한 아웃백을 꽃밭처럼 연출한다. 손민호 기자
울루루 인근 아웃백에서 발견한 도마뱀 '뿔도깨비'. 못되게 생겼지만 순하고 착하다. 물은 한 방울도 안 마시고 개미만 먹고 산다고 한다. 울루루의 마스코트지만 직접 목격하는 건 운이 좋아야 한단다. 손민호 기자
일출 프로그램으로 감상한 브루스 먼로의 조명 작품 ‘필드 오브 라이트(Field of Light)’는 인상적이었다. 축구장 7개 면적(약 5만㎡)에 태양광 유리 조명 5만여 개를 설치해 깜깜한 아웃백을 꽃밭처럼 연출했다. 사위가 밝아지면 멀리서 울루루가 윤곽을 드러낸다.

울루루의 마스코트 ‘뿔도깨비(Thorny Devil)’와 마주친 건 행운이었다. 온몸이 딱딱한 뿔로 뒤덮여 못되게 보이지만, 순하고 착하다. 도로에서 꼼짝도 못 하는 걸 여행사 직원 루치아가 구출해서 아웃백에 풀어줬다. 울루루 기운을 듬뿍 받았으니 이제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되겠다.
여행정보
박경민 기자
호주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나라다. 호주 방문 국가 8위가 한국이다. 시차가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 울루루가 서울보다 30분 빠르다. 대신 계절은 정반대다. 지금 호주는 가을에 들어섰다. 울루루 가는 길은 멀다. 싱가포르항공을 이용했는데, 인천∼싱가포르(6시간), 싱가포르∼시드니(7시간 30분), 시드니∼울루루(3시간 30분) 구간을 왕복 34시간 비행했다. 주요 액티비티 여행상품 가격은 다음과 같다. 헬기 일몰 투어(450호주달러), 카타추타 일출 투어(239호주달러), 필드 오브 라이트 일출 투어(129호주달러) 등. 1호주달러 1044원.








손민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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