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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소스 6000억 수출 초대박…세계인들, 한식 '찍먹' 시작했다

중앙일보

2026.03.24 13:00 2026.03.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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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중식당 ‘누와’ 주방. ‘중식여신’으로 불리는 박은영 셰프가 ‘이금기 굴소스’를 활용해 요리를 하고 있었다. 박 셰프는 자신의 ‘요리 인생’을 바꾼 이 소스를 수년째 애용 중이다. 그는 대학생이던 2011년 ‘이금기 요리대회’에서 이 소스로 동파육을 만들어 우승했고, 부상으로 홍콩 연수를 떠난 계기로 미식의 세계에 눈을 떴다.

홍콩에 본사를 둔 138년된 글로벌 소스 브랜드 이금기는 100여개국에 300여 종의 소스를 수출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매년 요리대회를 열어 글로벌 셰프를 발굴하고 소스제품을 세계 각국에 전파하고 있다.

박은영 셰프가 지난 20일 서울 강남 중식당 누와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K소스’는 요식·식품업계에서 K푸드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현실성있는 해답으로 주목받는다. 세계인의 식탁에 자리잡기 위해선 각국 식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스는 현지 음식에 쉽게 응용할 수 있어 조리 장벽이 낮고 다양한 요리로 확장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닌다.

해외에서 K소스는 이미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소스류 수출액은 4억1000만 달러(약 6000억원)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고추장·된장 등 전통 장류를 비롯해 고기양념장·떡볶이소스·치킨소스 등으로 제품군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김주원 기자

식품기업들도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원홈푸드의 저당·저칼로리 소스 브랜드 ‘비비드키친’은 김치살사, 고추장 핫소스 등 37종을 미국·캐나다·홍콩·베트남 등에 수출 중이다. 미국 아마존에서 매출은 올 초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600% 이상 급증했다.

‘불닭소스’ 등을 50여 개국에 수출하는 삼양식품의 소스 부문 해외 매출도 2021년 84억원에서 지난해 380억원으로 4.5배 늘었다. CJ제일제당 역시 해외 소스 매출이 연평균 12%씩 증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소비자용(B2C)을 넘어 외식업체 등에 공급하는 기업용(B2B) 소스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국제 자연식품 박람회'에서 한 외국인이 동원홈푸드의 비비드키친 소스를 시식하고 있다. 사진 동원홈푸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스류는 라면·과자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K푸드 수출 상황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수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K푸드가 세계인의 ‘일상 음식’이 되려면 한국 음식을 현지에서 조리하고 확산시킬 셰프 인력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한식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교육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경민 기자
학계에 따르면 국내 2·4년제 대학 조리학과 약 100곳 가운데 한식조리학과 등을 두고 한식 전문가를 집중 육성하는 대학은 10곳이 채 안 된다. 이 중 외국인을 대상으로 K푸드 영어 강의를 개설한 대학은 극히 일부다. 까다로운 한식조리연수생 비자(D-4-5) 제도 역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혜영 우송대 외식조리대학장은 “외국인 K푸드 셰프를 활발히 양성하려면 정부가 표준화한 한식 교육 커리큘럼을 각 대학에 제공하고, 영어 강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워홈 단체급식을 이용하는 미국의 기업에서 현지 직원들이 한식을 먹고 있다. 사진 아워홈
지난해 12월 현대그린푸드의 단체급식을 이용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사업장에서 'K푸드 쿠킹클래스'가 열려 현지 남성이 K푸드를 만들고 있다. 사진 현대그린푸드
해외에는 이미 국가 차원의 요리 교육 기관이 있다.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는 1991년 정부 주도로 ‘외국인을 위한 요리 학교(CIF)를 설립해 세계 각국 학생들에게 이탈리아 요리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자 요건을 완화하고 한식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 ‘수라학교’를 올 하반기 설립할 계획이다.



임선영.최현주.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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