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닌 청동유물·코트디부아르 '말하는 북' 100년 만의 귀환
스위스 박물관 청동유물 11점 나이지리아에 반환…영국·네덜란드·프랑스도 속속 되돌려줘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유럽 국가들이 과거 식민 지배 시절 아프리카에서 약탈했던 유물들을 100년이 지나 뒤늦게 반환하고 있다.
25일 프랑스 라디오 RFI와 영국에 본부를 둔 미술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 등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리트베르크 박물관은 옛 아프리카 베닌 왕국(현 나이지리아 남부 에도주 베닌시티)의 청동 유물인 '베닌 브론즈' 11점의 소유권을 나이지리아 정부에 반환하기로 했다.
왕실 사당을 장식했던 1850년경 제작된 청동 두상 등 유물 2점은 올여름 나이지리아에 반환될 예정이다. 나머지 9점은 소유권만 나이지리아에 넘겨지고 취리히 박물관에 그대로 전시된다.
이 박물관은 당초 독일계 스위스인 은행가 에두아르트 폰 데어 하이트가 1920∼1930년대 모았던 해당 유물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은행가는 유물들을 인류학적 표본이나 식민지 기념품이라기보다는 예술품으로 보고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물 가운데는 베닌 왕국에서 영국군에 의해 약탈당한 것들도 포함됐다.
영국군이 1897년 베닌 왕국의 청동 유물을 빼돌린 사건은 아프리카 식민 지배 당시 대표적인 문화재 약탈 사례로 꼽힌다.
영국은 베닌 왕국을 방문한 영국인 사절단이 원주민에 살해당하자 왕국을 침략해 주민을 학살했다. 또 16∼18세기 베닌 왕궁을 장식했던 동판과 조각 등 청동 유물 3천∼5천 점을 약탈했다.
당시 영국은 약탈 유물을 군 장교들에게 나눠주거나 런던에서 경매에 부쳤다. 이에 따라 베닌 왕국 청동 유물들은 유럽의 여러 박물관으로 팔려나갔다.
앞서 나이지리아 정부는 2022년 전 세계 박물관에 보관된 약탈 유물 반환을 공식 요청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도 베닌 브론즈 116점을 반환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 유물들 역시 영국군이 1897년 약탈한 것으로 현재 케임브리지대 박물관 내에 보관돼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네덜란드가 나이지리아에 베닌 브론즈 119점을 반환한 바 있다.
아프리카에서 약탈 문화재 반환 요구 목소리가 커지면서 문화재가 원래의 땅을 찾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달 13일에는 프랑스가 약탈한 문화재가 110년 만에 고향인 코트디부아르 땅으로 되돌아왔다.
프랑스군은 1916년 식민지였던 코트디부아르에서 '말하는 북'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지 아요퀘를 약탈했다.
프랑스는 이 유물을 파리에 있는 케브랑리 박물관에 전시하다가 110년 만에 되돌려줬다.
나무로 만들어진 이 북은 길이 4m에 무게 430㎏에 달하는 통신 수단이었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 에브리에 부족에게는 정치적이며 영적인 중요성을 지니는 상징물이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지지 아요퀘 반환에 대해 "프랑스와 코트디부아르의 문화 협력에 상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식민지로 점령했던 프랑스의 박물관이 보관 중인 아프리카 문화재는 9만점에 달한다. 이 중 7만점이 케브랑리 박물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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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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