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사상자 74명이 발생한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이 작업환경관리 분야 등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유증기와 분진 등도 점검했지만, 개선 대책으로는 적정 보호구 착용 등 권고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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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환경관리 64.1점
25일 더불어민주당 이학영(경기 군포시) 국회부의장실이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안전공업은 지난해 11월 4일 실시된 산업보건위험성평가 작업환경관리에서 64.1점을 받았다. 동종 업종 평균 52.05점보다 훨씬 높은 점수다.
안전공업의 보건관리체계는 94점으로 평가돼 동종 업종 평균(69.15점)보다 24.85점 높았다. 건강관리는 100점 만점을 받았다. 이는 동종 업종 평균(59.04점)보다 40.96점 높은 점수다. 작업환경관리의 화학물질 영역에서 안전공업은 특별관리물질, 기타 관리대상 유해 물질에 불규칙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작업환경 측정 결과 최근 1년 동안 기준을 초과해 유해화학물질이 노출된 적은 없다고 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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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진·유증기 등에 상시 노출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분진은 가공·연마 작업 등에서 상시 노출되고, 최근 1년 동안 노출 기준의 50%를 초과한 적도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개선대책은 화학물질 취급작업자와 용적작업자에게 '적정 보호구 착용을 지속 관리하라'는 수준에 그쳤다.
공단은 핵심 개선사항에서 유증기(油蒸氣)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지적했다. 기름이 기체 상태로 증발해 생기는 유증기는 이번 화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공단은 "작업장 내 오일미스트(유증기)가 체류 돼 작업자의 호흡기를 통한 건강장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호흡기용 보호구를 착용하고 작업하길 바란다"고 했다.
유증기는 휘발유나 등유(석유) 등에서 쉽게 발생한다. 안전공업 공장 내부 곳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절삭유에서도 유증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유증기는 공기보다 무겁지만, 실내 공기가 가열되면 열 부력(浮力) 때문에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유증기는 섭씨 100도가 넘는 상태에서 불꽃이 닿으면 폭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절삭유는 절삭기계 등에 사용하는 일종의 윤활유다.
건강관리에서는 안전공업의 휴게실 보유 여부가 중요 인프라로 표시됐다. 이번 사고는 불법 증축한 2층 휴게실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업보건위험성평가가 직원의 산업보건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평가이긴 하지만,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꼽히는 유증기와 분진, 휴게실 등에 점검이 이뤄졌던 만큼 관계기관과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구축됐다면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학영 의원은 "산업보건위험성평가에서 확인된 유증기는 노동자의 건강을 망가뜨리는 '보건' 문제인 동시에,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안전의 문제'"라면서 "한 분야에서 위험 요인이 발견되는 즉시 추가 점검과 감독으로 연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