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창원 LG는 지난해 11월 8일 이후 넉 달 넘게 정규리그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골밑을 장악하며 리바운드 1위를 달리고 있는 외국인 선수 아셈 마레이, 고비마다 골을 터트리는 해결사 유기상,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포인트가드 양준석, 올라운드 플레이어 칼 타마요 등이 화려한 플레이로 LG의 고공비행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빛을 발하는 뒤에는 '인내하며, 덕을 쌓는' 정인덕(32)이 있다.
정인덕은 LG 수비의 핵이다. 신장 1m96cm로 작은 키가 아니지만 사력을 다해 상대 선수를 따라붙으며 괴롭힌다. 조상현 LG 감독은 정인덕의 수비에 대해 “원하는 수비 시스템에 잘 녹아든다. 우선 부지런하다. 부지런한 건 타고나야 한다”고 평했다. 그러나 그의 ‘명품 수비’는 순탄치 않았던 농구 인생 속에서 만들어진 후천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2016년 드래프트 2라운드로 LG에 입단할 때 정인덕은 수비보다는 공격을 더 평가받았던 자원이었다. 그러나 프로에 적응하지 못해 2018년 퇴출당했고, 상무 입대에 실패해 일반병으로 병역을 마쳤다. 막노동까지 했던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친정팀 LG 농구단의 문을 두드렸다. 2021년 연습생으로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뼈아픈 시련을 겪은 그는 성실한 수비 요원으로 출장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입지를 넓혔다. 정인덕은 “은퇴하고 복귀한 뒤 마음가짐이 더 단단해졌다”며 “공백기가 진짜 길었다. 남들보다 더 해야만 했고, 쉬는 시간에도 미친 듯이 연습했다. 새 감독님께 맞추기 위해 농구 영상도 많이 보고 생각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그가 수비만 잘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올시즌3점슛 성공률 44.1%로 KBL 전체 1위다. LG의 전문 슈터 유기상(38.4%)보다 5.7%포인트나 더 성공률이 높다. 성공률은 높지만 정인덕은 3점슛 시도 횟수가 이번 시즌 127회로 유기상(292회)은 물론 양준석(169회)보다 적다. ‘왜 3점슛을 더 던지지 않냐’고 묻자 “우리 팀에는 나보다 공격을 더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는 “정인덕은 수비에 치중하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만 3점슛을 던지는 데 성공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래서 4쿼터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잘 넣어 하이라이트를 보면 정인덕이 나올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젊은 시절 코트를 떠나는 쓴맛을 봤던 그의 목표는 더 많은 득점이 아니라 더 많은 출전시간이다. 정인덕은 “코트에 선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며 “다치지 않고 전 경기에 출전하는 게 올시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대로 올시즌 48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열심히 수비를 하면서 득점 기회는 동료에게 미루다가도, 결정적일 때 한 방 터트리는 선수를 벤치에 묵힐 감독은 없다. 연습생 때 3500만원이던 연봉은 지난 시즌 1억1000만원에서 이번 시즌 3억원으로 치솟았다.
“2023년에 결혼해 9개월 된 딸이 있다”는 정인덕은 “이젠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묻자 그는 “성실하고 최선을 다해서 뛴 선수”라며 “몸관리를잘 해서 오랫동안 코트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