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일본 자위관이 주일 중국대사관에 무기를 들고 침입하는 전례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주일 중국대사관에 “일본에 대한 강경 발언을 자제하라”고 전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례적인 사건이 벌어지자 중국 외교부는 일본 측에 항의했고, 일본 정부 역시 유감을 표했다.
2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경 도쿄도 미나토구에 있는 주일 중국대사관에 침입하려던 한 남성이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됐다. 인접 건물 4층에 올라가 담을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데, 침입한 남성을 주일 중국대사관 직원이 발견해 제압한 뒤 경찰에 넘기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시청이 밝힌 남성은 뜻밖에도 미야자키현에 있는 육상자위대 에비노주둔지 소속이었다. 용의자 무라타 코다이(村田晃大·23)는 한국으로 치면 소위에 해당하는 장교(3등 육위)급으로 에비노주둔지가 초임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준비는 치밀했다. 전날인 23일에 무단결근한 뒤 에비노시에서 고속버스를 탔다.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온 그는 도쿄 도심 대형 매장에서 칼을 구입했다. 대사관 부지 내에서 발견된 칼은 날 길이가 18㎝에 달했다.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모두 시인한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중국 측이 일본에 대한 강경 발언을 자제해주길 바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일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했는데 당시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는 “그 더러운 목을 베지 않을 수 없다”는 글을 올리며 일본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용의자는 “대사와 면담하고 일본에 대한 강경 발언을 자제하라고 전하려 했다”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결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해당 용의자가 별도 질환을 앓고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은 즉각 일본 측에 항의 의사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측에 엄중하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인물은 ‘신의 이름으로 중국 외교관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면서 중국 외교관의 신변 안전과 외교 시설 안전을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 역시 이례적 사건 발생에 유감 입장을 내놨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회견에서 “법을 준수해야 할 자위관이 건조물 침입 용의로 체포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중국 측에서 재발 방지 요청이 있었다는 설명을 한 그는 “일본 측에서는 현직 자위대원이 도쿄 주재 중국 대사관 부지에 침입한 사실은 유감으로, 관련 국제법 및 국내법령에 따라 관계부처와 협력해 재발 방지를 포함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취지를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일 관계 경색에 따라 일본의 한해 외교 정책과 방향성을 담은 보고서인 ‘외교청서’에서의 중국 관련 언급도 달라질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외교청서에서 중국에 대해 지난해까지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 중 하나’라고 표현했던 것을 ‘중요한 이웃 국가’로 수정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 규제와 중국 전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겨냥해 조사(照射·겨냥해 비춤)한 내용 등도 올해 외교청서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