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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협상 타결이냐, 지상전 수렁이냐…이란 전쟁 중대 분수령 [View]

중앙일보

2026.03.25 00:20 2026.03.25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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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마크웨인 멀린 신임 국토안보부 장관 취임 선서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로 25일째를 맞은 이란 전쟁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한쪽에선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고 있지만, 또 다른 쪽에선 지상전을 염두에 둔 듯한 미군 병력 증파가 착착 이뤄지고 있다. 극적인 협상 타결로 종전을 이룰지, 지상전의 수렁으로 빨려 들어갈지 갈림길에 서 있다.

전날 “5일간 발전소 공습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엄청난 금액에 달하는 아주 큰 선물을 줬다”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호르무즈 해협 수송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지지율 36% 최저

미국은 튀르키예·이집트·파키스탄 등 지역 중재국들과 함께 이르면 26일 고위급 회담을 타진 중이다. 회담이 성사되면 JD 밴스 부통령이 참여할 공산이 크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의 대면 협상이 이르면 이번 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결에 관심이 있다”며 “미국은 이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도 이날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워싱턴이 4월 9일을 전쟁 종식 목표 시한으로 설정했다”며 그때까지 약 3주간 추가 군사 충돌과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공개된 로이터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재집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6%를 기록하는 등 전쟁 이후 악화된 여론을 타개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란 체제 그대로인데 “정권 교체”

지난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새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 옆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란 선물’을 언급하며 “우리가 제대로 된 사람들과 상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게 의미 있는 한 가지”라며 “새로운 집단이 생겨났다. 이것은 사실 정권 교체”라고 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일단 물밑 접촉 중인 협상 파트너를 두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라고 해 일정 수준의 신뢰감을 표했다. 또 이란 신정 체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데도 “지도자들이 우리가 처음 상대했던, 그 모든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사실상 ‘정권 교체’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만 해도 미국이 이란의 차기 리더십 선출에 적극 관여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이란과 어떤 합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을 반복할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체제 변화와 관계없이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고 말한 것은 종전을 향한 출구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 지도부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뉴욕타임스]


협상 낙관 어려워…이란 호응 불투명

그럼에도 협상 타결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란의 호응 여부가 불투명하다. 미국은 일단 중재국으로 나선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 측에 15개 조항으로 구성된 종전 합의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란의 3대 핵시설 해체 ▶우라늄 농축 중단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등이다.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은 석유의 약 9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하기 때문에 전쟁의 직접적 여파가 미치는 곳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엔 극심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이란 대통령과 접촉하는 등 양측을 연결하는 핵심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란의 수용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對)이란 협상에 참여한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 특사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보관분 포기 등 몇 가지 핵심 사항에 동의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이란을 대표해 그런 약속을 했다는 쪽이 누구인지부터 불분명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란의 요구사항도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걸프 지역 내 미군 기지 폐쇄 ▶이란 공격에 대한 배상 ▶호르무즈 해협 통행 규정 개정 및 선박 통행료 징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터무니없고 비현실적인 요구라는 반응이다.

김영옥 기자
이란은 이날 유엔대표부 발로 “비적대적 선박은 이란 당국과 협의하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고 밝혀 해협 통제권 행사 의지를 천명했다. 이란 입장에서는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 여기고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WSJ은 “이란의 강경한 태도로 미국이 전쟁 전보다 이란과 합의에 이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을 비롯해 미국과 가까운 일부 중동 국가가 협상 타결을 원치 않는 상황도 변수다. 미국으로부터 15개 항목의 종전 협상안을 공유 받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목표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합의를 맺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일부 걸프지역 국가 지도자들은 이란이 더는 위협이 되지 않게 충분히 약화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란 석유시설 공격 총력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외신 종합]


美, 사태 악화 대비…“공수사단 곧 파견 명령”

미국은 협상 실패 등 사태 악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육군 최정예 신속대응부대인 82공수사단 병력 약 3000명을 중동으로 보낼 계획이며 곧 공식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WSJ이 보도했다. 전 세계 전장 어디든 18시간 내 도착 가능하며 적 지휘부 타격 등 고도의 위험 임무를 수행하는 82공수사단이 중동에 투입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작전 선택지는 한층 넓어진다.

이미 일본 오키나와를 출발한 미 제31해병원정대 소속 약 2500명은 상륙함 트리폴리함·뉴올리언스함과 함께 오는 27일 중동 지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공격을 철회한 닷새가 끝나는 날이 27일이다. 여기에 미 샌디에이고에 주둔 중이던 11해병원정대 2200명도 중동으로 향하는 중이다.

실제 작전 투입과는 별도로 상대를 최대한 압박해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의 기술’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 협상을 앞두고 합의 기대감을 키워 놓다가 돌연 상대를 극한 상황으로 내몰아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전술을 쓰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군사적 강공 카드를 병행하면서 전쟁 향방은 이란의 응답과 미국의 선택에 따라 갈리게 됐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서는 미·이란 간 협상이 벌어지더라도 교전 상황이 단시일 내 끝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협상이 열리든 안 열리든 향후 2~3주간의 전쟁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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