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2019년 만 18세로 낮아진 선거 연령을 더욱 낮추자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관련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25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는 선거 연령을 기존 만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올해 들어 발의된 관련법 개정안 2건은 모두 국민의힘(김민전·김재섭 의원 대표발의)에서 나왔다.
장동혁 대표도 지난달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선거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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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서 “선거 연령 하향” 제안
정치권 안팎에선 보수 정당이 선거 연령 하향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연령 하향은 진보 진영의 대표적 어젠다(의제) 중 하나”라며 “최근 젊은 세대의 보수화 경향 등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보수 쪽에서도 관련 입법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 연령 만 16세 하향 조정에 대해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진보성향 단체들을 중심으로 찬성 목소리가 나온다. 60여개 청소년 및 교육단체 모임인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은 “선거운동 및 정당 활동의 자유 등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고 이를 위해 청소년의 선거권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한 고교 1학년 A군은 “교육정책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직접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선거연령 하향에 줄곧 찬성해왔다. 현행 정당법에 따라 만 16세가 되면 정당 가입 등 정치 활동이 가능한 상황에서 실제 선거권은 없는 현행 체계는 모순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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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교사들 “교실 정치화 우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교실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우세한 듯하다. 경기 성남의 학부모 B씨(50)는 “지금도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큰데 학교에서 마저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이 발생해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선거철이 되면 학교에 온갖 선거와 관련된 업무가 생겨나고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교사가 져야 할 것”(C 초등교사), “만 16세의 경우 아직 부모나 교사 영향이 큰 나이라 정치적 판단하기엔 이르다”(D 중학교 교사)는 등의 우려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은 한국과 동일하게 만 18세 이상 투표권을 인정하고 있다. 만 16세부터 투표가 가능한 나라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이 꼽힌다. 일각에선 청소년의 특수성을 고려해 교육감 선거에만 제한적으로 만 16세 선거권을 도입하자는 절충안도 나오고 있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교육 정책에 교육부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이 미치는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교육감만 선거 연령을 내릴 경우 더 큰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청소년 정치 기본권 보장 강화 맥락에서 선거 및 정치 교육 활성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