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승률 1위 우리카드의 돌풍이 봄 배구에서도 이어졌다. 범실은 많았지만 효과적인 서브로 KB손해보험을 물리쳤다.
우리카드는 25일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진에어 V리그 남자부 단판 준플레이오프(PO)에서 세트 스코어 3-0(25-20, 25-18, 25-18)으로 이겼다. 알리 하그라파스트(등록명 알리)가 18점, 하파엘 아라우조가 15점을 올렸다.
창단 후 준PO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거둔 우리카드는 정규시즌 2위 현대캐피탈이 기다리는 플레이오프(3전 2승제)에 진출했다. PO 1차전은 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다. KB손해보험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첫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시즌 도중 외국인 감독이 물러나 대행체제를 꾸렸고,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하현용 KB손해보험 감독대행과 박철우 우리카드 감독대행은 "긴장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정규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운영을 예고했다.
리스크를 동반한 우리카드의 서브 전략이 통했다. 우리카드는 이날 26개의 범실을 했고, 그 중 서브범실이 22개였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의 리시브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승리로 이어졌다.
실제로 두 팀은 정규시즌과 비슷한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우리카드는 세터 한태준과 아포짓 스파이커 아라우조, 아웃사이드 히터 알리와 김지한, 미들블로커 이상현과 박진우가 출전했다. KB손해보험은 황택의와 안드레스 비예나, 임성진과 나경복, 차영석과 박상하가 나섰다. 똑같이 더블 리베로도 가동했다. KB손해보험은 리시브 김도훈-디그 이학진, 우리카드는 리시브 오재성-디그 김영준 카드를 꺼냈다.
1세트는 팽팽했다. 두 팀 다 리시브와 수비가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우리카드는 8-8에서 김지한이 3인 블로킹을 뚫고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리드를 잡았다. 이후 두 팀은 로테이션 한 바퀴가 넘게 도는 동안 연속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서브권을 주고받았다.
KB는 임성진의 강한 서브 이후 차영석이 유효블로킹을 해냈고 비예나의 공격으로 16-15 재역전에 성공했다. 우리카드는 김지한 대신 서버로 들어간 이시몬이 좋은 서브와 디그를 해내 알리의 역전 포인트를 이끌어냈다. 20-19애서는 알리의 서브 타임 때 KB 리시브를 흔들어 23-19까지 달아났다.
2세트 초반 4인리시브를 가동한 상황에서 양팀 아포짓의 서브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아라우조는 비예나의 서브를 잘 받아냈지만, 비예나는 아라우조의 서브를 받지 못하면서 우리카드가 3-1로 앞서갔다. 우리카드는 알리가 또다시 임성진의 리시브를 무너뜨리면서 석 점 차로 달아났다. KB손해보험은 아밋 굴리아(등록명 아밋)를 투입해 리시브 보강에 나섰으나 소용없었다. 김지한의 플로터 서브가 절묘하게 들어가면서 16-9까지 도망갔다. KB는 나경복과 박상하까지 빼고 윤서진과 이준영을 투입했으나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3세트도 우리카드가 단숨에 격차를 벌렸다. 아라우조가 임성진의 파이프(중앙후위) 공격을 막아낸 데 이어 알리의 서브가 네트를 맞고 KB 코트로 떨어지면서 12-8이 됐다. 사실상 경기의 추가 기우는 순간이었다. 우리카드는 이유빈의 서브까지 위력을 발휘하면서 KB의 투지를 완전히 꺾었다.
박철우 대행은 "열심히 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체력적으로 회복에 신경을 많이 썼다. 체력 파트에서 관리를 잘 해줘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할 수 있었다. 전략적인 부분에서도 선수들이 약속을 잘 지켜줬다"고 말했다. 이어 "알리는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열정적인 선수고 항의도 많이 하는데 귀엽다. 팀에 알리 같은 선수가 많을 수록 에너지가 넘친다고 생각한다. 제가 1~2년 전에 라스트 댄스를 봤는데 데니스 로드맨 같다. 굳이 억제하지 않으려고 팀에 녹아들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철우 대행의 장인은 삼성화재 신화를 만든 신치용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다. 박 대행은 "특별히 여쭤보진 않았다. 삼성화재전 승리하면서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배구 이야기를 하며 준비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저녁마다 배고프면 장모님 댁에 가서 밥 먹으니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정말 감사하다. 매일 배움을 주시니까 감사하다"고 웃었다. 그는 "아내에게 최대한 늦게 가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등 맞을 때까지 기분좋았고, 현대캐피탈전을 맞이해 체력 준비를 하고, 구단에서도 질소 탱크를 사용한 회복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해주셨다"고 했다.
하현용 대행은 "아쉬울 틈도 없이 끝났다. 첫 세트 초중반에 우리카드 범실을 많이 해주고, 수비에서 연결 기회가 많이 왔는데 결정을 못하면서 어렵게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번 경기 준비하면서 리시브하는 선수들에게 플로터 서브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인지했다. 훈련을 많이 가져갔는데 워낙 우리카드 선수들의 서브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이 없는 코치가 대행을 맡게 돼서 선수들도 어수선했을텐데, 선수들이 믿고 따라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시즌을 마친 하 대행은 "여러 일들이 많은 시즌이었다. 선수들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주어진 상황이라 선수들이 코트에서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어려웠지만, 경기가 계속 되면서 적응한 것 같다. 오늘이 마지막이란 게 아쉽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