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주요 경제부처 고위공직자의 자산 무게 중심이 부동산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바뀌었다. 특히 금융 라인 고위관료들은 부동산보다 현금과 증권 등 금융자산 비중이 높았다. 부동산 투기에 날을 세운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발맞춘 변화로 풀이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정기 재산신고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전년(384억8875만원) 대비 약 22억원 증가한 407억3228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금융권 고위공직자 최고 자산가로 꼽혔다. 특히 이 원장은 배우자 명의로 24K 금 3㎏(약 6억원 상당)을 보유해 눈길을 끌었다. 금 평가액은 1년 새 1억5000만원가량 증가했다. 최근 금 가격 상승 효과를 크게 봤다. 이와 함께 다이아몬드 등 보석류도 1억4100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헬스장 회원권 4개도 신고했다. 예금만 348억8534만원에 달해 전체 자산의 대부분이 현금성 자산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원장은 취임 과정에서 국내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을 전량 매도한 뒤, 애플·테슬라·엔비디아 등 해외 주식을 새로 매수했다고 신고했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도 124억343만원의 자산을 신고했다. 약 11억4377만원 상당의 서울 중구 회현동의 아파트 외에 예금만 51억1652만원에 이른다. 테슬라,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주 중심으로 약 60억6857만원 상당의 증권도 보유하고 있다. 이현 금융감독원 감사도 약 87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당초 서울 강동구 암사동과 중랑구 면목동에 아파트 2채를 보유했던 이 감사는 최근 강동구 아파트를 약 9억8000만원에 매도하며 1주택자가 됐다. 이 감사는 감사 취임 직후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등 약 9억원 상당의 상장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현재 이 감사는 전체 자산의 약 86%인 75억원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경제 분야 정부부처에서 자산이 가장 많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대부분의 자산이 금융에 쏠려 있었다. 김 장관은 전년 대비 약 12억3781만원 증가한 총 78억1021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김 장관은 배우자와 공동으로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29억원)를 빼면, 예금 32억7341만원과 증권 15억9643만원 등 현금성 자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특히 개인투자용 국채 2억원을 비롯해 수억원대의 금융채와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주식보다 채권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아파트와 예금 등을 포함해 총 51억8812만원을 신고했다. 종전에는 배우자 명의의 개포동 아파트 분양권(12억2400만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해당 분양권이 소유권으로 전환되면서 약 15억원 규모의 아파트로 반영됐다. 예금은 약 30억9580만원으로, 이 가운데 대부분인 약 20억원이 한국산업은행에 예치돼 있었다.
여전히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도 있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동대문구 제기동, 전남 나주에 각각 아파트 1채씩을 보유한 ‘3주택자’로 나타났다. 보유한 아파트 3채의 가액은 총 20억7100만원으로, 부채를 포함한 순자산 신고액(20억2320만원)보다 많았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된 송 장관은 지난 2월 해당 매물들을 내놓은 상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로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아파트 1채를, 배우자 명의로 세종시 어진동 아파트 1채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전체 신고 재산 26억 3657만원 가운데 부동산 가액은 약 12억9100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밖에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인사들도 대규모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건태 한국도로공사 기술부사장은 전국에 걸쳐 토지 36건(약 21억원)을 포함해 총 87억6133만원을 신고했다. 정용식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32억원)와 예금 31억3293만원 등 총 98억2433만원을 보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