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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노사정 사회적 대화 2.0, 이제는 국민도 함께

중앙일보

2026.03.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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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악의를 가진 잠재적인 적에게 호의를 베풀라.’ 17세기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저서 『사람을 얻는 지혜』에 남긴 조언이다. 이 조언을 실천한 타게 에를란데르 스웨덴 총리의 ‘목요클럽’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1946년에 사민당 출신으로 재계의 심한 반감 속에 집권했다. 취임 후 2주 간격으로 목요일마다 재계와 노동계 인사들과 만나 대화하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해 근처 호수에 보트를 띄우고 직접 노를 저어가면서 속 깊은 얘기를 나눴다. 그는 23년간 총리로 재임했다.

거의 모든 위기에 앞서 대화의 위기가 있다. 그러므로 위기의 해법은 대화에서 시작하고 대화로 끝내야 한다. 대화란 무엇일까? 소통행위 아닐까? 며칠 전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의사소통 행위 이론을 남기고 타계했다. 그의 이론을 나름 이렇게 이해한다. ‘우리는 정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 정답이다. 의사소통과 공론이 그 선택의 과정이다.’

지난 3월 19일 새 정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첫 회의에 이어 대통령과 함께하는 노동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경사노위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다. 그동안 노사정 대화가 멈춰 있다가 이제 ‘사회적 대화 2.0’으로 다시 시작한다.

우리 사회가 마주한 노동의 위기를 뛰어넘기 위한 의사소통의 새 방향을 모색하려 한다.

노동 위기 속 갈등 해소를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위기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거기에 들어맞는 해결방안을 협상을 통해 타협해 내는 것 아닐까? 그럼 타협이나 협상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버드대 로스쿨 ‘협상문제연구소’의 협상 프로젝트 창립자인 로저 피셔 등은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을 펴냈다. ‘사람(입장)과 문제(이해)를 분리하라.’ ‘누군가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누군가의 입장을 굴복시키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 ‘각자의 입장에 숨어 있는 이해가 무엇인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수없이 찾아내는 것이 협상의 본질이다.’ ‘협상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다.’ 이 책을 읽고 메모한 글이다.

덴마크 등 여러 나라의 사회적 대타협은 오랜 기간에 걸친, 끈질긴 대화의 과정이 산파역을 했다. 사회적 대화 2.0은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의 과정을 국민과 함께 견인하려고 한다. 국민은 노동문제에 경제·사회적 이해관계를 가질 뿐만 아니라 민주적 의사결정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청년의 고민, 여성의 목소리, 비정규직의 절박함, 지역 주민의 현장 이야기가 한 데 모일 때 진정한 사회적 대화가 완성된다.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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