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의 기술 발표 행사 ‘Arm 에브리웨어’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센터. 르네 하스 최고경영자(CEO)는 손가락 한 뼘 크기의 칩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선언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22일 반도체 생산공장 ‘테라팹’ 건설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이날 Arm이 첨단 칩 제조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 기업의 경쟁이 반도체 분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이날 Arm이 공개한 ‘Arm AGI(범용 AI) CPU’는 AI 데이터센터에 특화한 중앙처리장치(CPU)다. 에이전틱 AI(비서처럼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AI)에 최적화한 성능과 저전력 효율을 내세운다. Arm에 따르면 Arm CPU는 인텔과 AMD 등 기존 x86 기반 서버용 제품과 비교해 같은 전력 소모 기준에서 두 배 이상의 성능을 구현한다. 하스 CEO는 “단순한 응답을 넘어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복합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AI 시대가 열리면서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됐다”며 “앞으로 모든 기술에 AI가 결합되고, 모든 분야에서 CPU가 필수적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rm이 직접 칩 설계와 판매에 나서면서 앞으로 기존 고객사와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하스 CEO는 “다양한 고객들에게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며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자체 칩을 개발하는 기업에 더 큰 시장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행사에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Arm CPU가 하이엔드 D램인 ‘더블데이트레이트5(DDR5) 8800’의 대역폭을 지원함에 따라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수요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Arm CPU의 생산을 맡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향후 변수로 꼽힌다. 이번에 공개된 1세대 제품은 TSMC의 3나노(㎚·1㎚=10억 분의 1m) 공정으로 올해 말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2세대는 내년 출시 예정이다. 이날 중앙일보와 만난 모하메드 아와드 Arm 수석부사장은 “삼성전자와 Arm은 오랜 기간 여러 시장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향후 삼성 파운드리를 통한 생산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