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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규의 마켓 나우] ‘컨시어지 금융’, 돈보다 사람을 움직인다

중앙일보

2026.03.25 08:08 2026.03.2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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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규 한국투자증권 PB전략본부 상무
한때 ‘10억 자산가’가 재테크의 종착지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고액 자산가(HNW)는 단순한 자산 관리를 넘어 삶 전반을 조율해줄 코디네이터를 찾는다. 이들에게 ‘위험 대비 수익’은 출발점일 뿐, 더 중요한 것은 자산의 지속성, 세대 간 이전, 그리고 삶의 질이다.

이 변화는 금융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부자들의 금융은 속도 경쟁에서 품격 경쟁으로 이동했다. 수익률보다 고객의 시간·취향·가치관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가 기준이 됐다. 새로운 부유층(New Rich) 역시 ‘얼마를 벌 것인가’보다 ‘자산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묻는다. 이는 라이프스타일과 정서, 사회적 관계까지 아우르는 확장형 자산관리로 전환을 요구한다.

이 흐름은 더는 부유층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마존 프라임이 배송과 콘텐트를 묶고,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자산관리와 생활금융을 연결하듯, AI와 구독 경제는 컨시어지의 문턱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컨시어지 금융’이 부상한다. 본질은 ‘실현’이다. 돈을 불리는 데 그치지 않고, 부와 삶을 하나의 체계로 엮어 관리하는 것. 금융이 ‘상품’을 넘어 ‘철학’을 제시할 때 고객 충성도가 형성된다. AI가 초개인화를 가능케 했지만, 핵심은 여전히 신뢰와 관계다.

김지윤 기자
최근 증권사의 VIP 컨시어지 서비스가 빠르게 진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이 다루는 대상이 수익률을 넘어 삶의 질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 그 시간의 질을 관리하는 것이 새로운 서비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컨시어지의 초점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명품이나 호화 여행 같은 일회성 혜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일상의 질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식재료의 신선도, 소재의 감촉, 반복되는 선택까지 관리의 영역에 들어온다. 좋은 경험을 한 번 제공하는 것보다, 그 수준을 365일 유지하는 일이 더 높은 역량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는 자산 운용자를 넘어 고객의 일상을 설계하는 코디네이터로 진화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에게 가장 비싼 비용은 돈이 아니라 ‘수고’다. 자신의 필요를 직접 파악하고 선택을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다.

결국 고액 자산가가 원하는 금융은 ‘상품’에서 출발해 ‘품격’으로 완성된다. 자산을 지키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다. 이것이 컨시어지 금융의 출발점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내 삶을 대신 챙겨주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자산 규모와 무관하다. 누구의 삶이든, 그것을 더 깊이 이해하는 쪽이 결국 시장을 가져간다.

심동규 한국투자증권 PB전략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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