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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도표 민주로"…한동훈엔 "배신자" 조국엔 "인기 없다" [김성탁의 민심풍향계]

중앙일보

2026.03.25 08:18 2026.03.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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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논설위원
“부산에서 규모가 큰 전통시장이라면 자갈치시장, 부전시장 그다음에 구포시장이거든. 내일은 장돌뱅이들까지 다 여기로 와. 시장 골목에도 할매들이 가득 찬다니까….” 주말이던 지난 22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은 인파로 붐볐다. 낙동강 하류 포구였던 구포는 내륙과 해안에서 나는 물산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그 이튿날에는 오일장도 열려 한층 분주해진다고 상인들은 소개했다.

구포시장이 속한 부산 북구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가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지역구에서 3선을 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 의원은 부산 18개 지역구 중 유일한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그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현직인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이나 최근 출마를 선언한 주진우 의원 등을 상대로 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재수 의원의 부산시장 선거 출마로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부산 북구의 구포시장을 지난 22일 시민들이 찾고 있다. 김성탁 기자
“그 양반이 시민들 대할 때 이야기를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하는데 그래 노니까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시장 횟집에서 도다리 회를 썰던 이모(58)씨는 ‘부산 유일 민주당 의원’의 경쟁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식당에서 모임을 하던 박천기(63)씨도 전 의원이 허물없이 주민들을 대하는 점을 칭찬했다.

“자기보다 나이 많으면 무조건 ‘형님’이고 한 살이라도 적으면 ‘아우’ 이래가 술자리도 어울리고 허물없이 그래서 좋아들 합니다. 저번에 예식장에서도 봤는데, 개인택시 하시는 분이 청첩하니 직접 참석하더라고. 북구가 보수색이 강한 곳인데 그리 안 했으면 민주당으로 2선, 3선 했겠습니까. 처음 선거운동할 때 ‘저 양반이 되겠나’ 했거든. 근데 사무실 밑에서 비가 오는데도 부인하고 우의를 입고 막 인사하더라고. 정성을 보니 될 거 같았어.”
보수로 기운 운동장 펴지는 추세
"박형준 성과 없다" 전재수 우세
해수부 이전 등 이 대통령 호평
국힘 지지자 "젊은 주진우 기대"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전 의원이 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 데에는 현직 박형준 시장에 대한 불만도 작용한 듯했다. 약재를 파는 이영순(59)씨는 “박 시장은 3년을 갖다가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닌가 할 정도로 특별히 한 게 없다”며 “공약으로 내세운 글로벌허브도시인가도 된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24일 국회를 찾아 삭발하며 여당에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이미 실망감이 퍼져있었다.

"화끈한 이재명 대통령 스타일 부산과 상통"
민주당에 대한 부산 여론이 달라졌다는 주민들의 전언은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택시기사 변점석(68·부산진구)씨는 “부산 분위기는 민주당 고정표가 35% 정도 있었는데, 국민의힘 쪽에 있던 54% 정도 중 절반가량이 민주당으로 와버렸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너무 엉망으로 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 스타일이 부산 사람들과 통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대통령 누가 해도 똑같지’ 했는데 이 대통령이 하는 것 보니까 잘하거든. 한번 말한 것은 그대로 밀고 가며 밀어붙이는 성격도 있고, 뭐가 된다 안 된다를 빨리 정하는 걸 보면 화끈하잖아요.”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가 임시 청사로 쓰고 있는 건물(왼쪽). 김성탁 기자
취임 초기부터 이 대통령이 독려해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것은 민주당의 호감도를 높였다. 해수부는 현재 부산 동구 수정동 빌딩을 임대해 임시청사와 별관으로 쓰고 있다. 23일 점심시간이 되자 청사에서 직원들이 빠져나와 흩어졌다. 카드회사 고객센터로 쓰이던 건물이 공실이었다가 해수부 직원들이 들어갔으니 인근 식당가와 카페 등에는 새로운 고객이 생겨난 셈이다. 주민 허진석(52)씨는 “부산은 제조업 쪽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해운 쪽과 연관 산업이 집적화되면 낫지 않겠느냐”며 “전재수 의원이 해수부 장관도 했으니 시장으로서 이런 일을 책임지고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해수부 직원들이 낙후된 동구보다 학군과 거주 여건이 나은 부산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셔틀버스를 타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상인은 “해수부 이전 특수를 기대하며 새로 진입한 상인들이 저녁 장사가 안돼 가게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박경민 기자.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동훈·조국 '빅매치' 성사 불투명
부산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로도 이목이 쏠리는 지역이다. 전 의원의 시장 선거 출마가 확실시되면서 부산 북갑 지역구에 누가 출마할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당에선 마땅한 주자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야권에선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구포시장을 방문하기도 해 출마 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과 지방선거 연대 불발로 정치적 시험대에 오른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북갑 도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포시장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한동훈씨가 왔을 때 외부에서 온 사람들까지 시장이 북적거렸다”면서도 “부산은 배신자라는 인식이 박히면 끝”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라는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잘했든 못했든 자기를 키워줬는데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한동훈만큼은 배신하면 안 됐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 지역에서 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박민식 전 의원이 출마하니 힘을 밀어줘야 한다고 모이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함께 있던 김건예(56)씨는 “조국씨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인기는 없는 것 같아서 부산 말고 다른 곳으로 가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전과가 있으면 취직도 못 하는데 국회의원들은 어쩌고 저리 다시 출마하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여당을 지지한다는 상인 이선자(59)씨는 “본인이 잘못했으면 본인만 처벌하면 될 일이지 검찰이 자식들까지 파헤치는 것을 보고 너무 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지금은 잘하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부산 선거에 꼭 나와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한 전 대표가 주호영 의원과 연대설 속에 대구 출마를 저울질하고, 조 대표가 부산 출마에 대해 난색을 보이는 배경에는 이들에게 냉랭한 현지 민심이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과 경선을 치를 주진우 의원에게 기대를 거는 경향도 관찰됐다. 자갈치 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박재순(63)씨는 “주 의원이 법률가 출신으로 이재명 대통령 관련해서 할 말을 하더라”며 “박형준 시장이 양보하고 젊은 사람을 내세우면 전재수 의원과 막상막하가 될 것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부산에서는 아직 표가 좀 있는데 고령층은 투표를 많이 하고 젊은 층은 투표장에 잘 가지 않기 때문에 보수가 좋아하는 주 의원이 나가면 해볼 만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들은 재판소원제나 법왜곡죄 등 사법 3법이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지우기 위한 것이라며 매우 비판적이었다. 반면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고 답변한 이들 중에는 “솔직히 걸면 안 걸릴 사람이 어디 있느냐. 대통령이 직접 사법리스크를 없애주라고 한 게 아니고 밑의 사람들이 하겠다는 것인데 달갑진 않아도 죽일 놈 살릴 놈 할 일은 아니다”는 반응이 나왔다.
부산 동구청 주변에 각 정당의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성탁 기자
총선·지선에서 민주 득표율 꾸준히 상승
부산 민심의 변화와 관련해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득표율을 분석해보면 부산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굉장히 천천히 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차 교수에 따르면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당선자의 규모는 국민의힘 전신을 포함한 보수 정당이 앞선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차 교수는 “당선자 규모는 선거 당시 나타났던 구도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고, 실제로는 2010년대 초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거의 모든 선거에서 부산에서 민주당이 조금씩 득표력을 축적해오는 흐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의 부산 지역구 평균 득표율은 50%대 초반 수준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평균 약 38.5%로,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났었다. 하지만 2020년 21대 총선에서 부산지역 민주당의 평균 득표율이 약 44%로 크게 상승하면서 격차가 줄었다. 당시 미래통합당의 평균 득표율은 40%대 중후반 정도로, 양당이 비슷한 구도가 된 지역이 다수였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 부산지역 민주당 평균 득표율은 약 45%로 좀더 상승했다. 하지만 보수 결집과 PK 재보수화 흐름 속에 국민의힘 후보들이 상당수 지역에서 50% 안팎 또는 그 이상을 득표하며 17대 1이라는 의석 구조로 이어졌다.

차 교수는 “비상계엄 이후 취임한 이 대통령에 대한 의심이 걷히면서 부산 여론은 새로운 단계로 넘어서고 있다”며 “부산의 중도무당층은 거의 민주당에 가깝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약한 지지층보다 더 진보적인 스탠스를 강하게 취하는 경우도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민주화 세력이 강했던 부산의 경우 민심이 왔다 갔다 한다고 보일 수 있지만 보수 정당에 실망한 표가 이동해 왔다는 설명이다.



김성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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