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선 ‘야수의 심장’이냐, ‘불나방’이냐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란전쟁의 전황에 따라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 기본 지표인 유가(물가)와 환율·금리까지 동시에 요동을 친다. 야수의 심장론자들은 지난달 25일 6000을 돌파한 코스피 저력을 바탕으로 대세 상승 추세를 회복할 것이란 신념을 갖고 있다. 반면에 불나방론자들은 전쟁같이 예측 불가능한 위험 상황에 무턱대고 뛰어들면 불길에 휩싸여 깡통을 찰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야수의 심장’은 주식·코인 시장에서 상승·하락장을 개의치 않고 용기 있게 베팅하는 투자자를 일컫는 말이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의 2~3배 대박을 노린다. 케인스가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1936)에서 인간의 도덕·쾌락·경제적 행동의 대부분은 수학적 계산보다 자발적 낙관론에 기댄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의 결과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경제적으로 비합리적 행동을 왜 하게 되는지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된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야수의 심장론이 우세한 것 같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들어 24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26조255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22조2577억원을 순매도한 상황에서 개미들이 주가를 떠받쳤다. 개전 이후 첫날인 3일 코스피가 7.24% 급락했을 때 5조7975억원, 6.49% 하락한 23일에도 역대 일일 최대 기록인 7조2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롤러코스터 장세에 지수 상승 또는 하락 때 2~3배 수익을 겨냥한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에도 이달 10일 기준 지난해 말(12조4000억원)보다 75% 급증한 21조7000억원이 몰렸다. 2~3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리스크에 눈감은 ‘고위험’ 투자다.
문제는 증시 내적으로도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현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이달 5일 33조694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이래 33조원을 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달 들어 23일까지 2거래일 내 미수금을 갚지 못해 보유 주식을 강제청산(반대매매) 당한 금액만 지난달(2295억원)의 2배 수준인 4125억원에 달했다. 2030세대는 물론 5060까지 ‘빚투’(신용거래)에 뛰어든 결과다. 국내 대형 증권사 2곳의 개인투자자 계좌 460만 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달 1~9일 빚투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19%로 본인 보유 현금 투자자(-8.2%)보다 두 배를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15.9%)보다 빚투 성적표가 더 나빴다.
주식시장은 언뜻 공정해 보이나 현금 자산의 격차만큼 정보는 물론 장기·분산·가치투자 능력의 차이가 반영되는 ‘머니 게임’의 장이다. “주식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을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옮기는 도구”란 워런 버핏의 격언도 같은 취지다. 한국 증시에 약 300조원을 투자하는 국민연금을 상대로 개미가 이기긴 어렵다. 주가가 오르기만 할 땐 누구나 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폭락장이나 롤러코스터 장세에선 매매 당사자 중 한쪽이 이익을 보면, 한쪽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되기 쉬운 구조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바이 코리아’ 펀드 열풍 이래 한국 증시는 최고 활황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합계액은 25일 기준 4651조원이고 주식 보유자 수도 1456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증시 활황에 뒤늦게 빚투에 나선 2030세대와 60대 이상도 각각 20%, 30%가량 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추산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상위 20% 가구의 순자산이 하위 20%의 45배에 이르는 역대 최대 자산 격차(순자산 지니계수 0.625)에 분노한 2030세대 상당수도 인생 역전을 위해 빚투에 나섰단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 금융당국의 ‘고위험 상품 투자는 자제해 달라’ ‘투자의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경고만으로 위험을 회피할 수준은 넘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