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핵심 협상 카드이자 종전 이후에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24일(현지시간) 국제해사기구(IMO)에 발송한 서한에서 “비적대적 선박에 한해 이란 당국과의 조율 및 안전·보안 규정 준수를 조건으로 통과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침략자(미국·이스라엘) 또는 침략 행위에 가담한 세력과 연계된 선박의 통행을 제한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 이란이 서한을 발송하기 전인 지난 23일 이런 의사를 직접 전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예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그는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허가한 국가가 어디인지 국명도 나열했는데, 한국이 비적대적 국가인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한·미를 갈라치기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 장관은 25일 비상경제 대응 체계 강화 브리핑에서 “문제는 그것(이란 입장)이, 과연 이란의 보장이 모두에게 가능한 것인지, (실제로) 해협을 통과할 수 있을지(여부)”라며 아직 판단은 이르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허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각국에 통보한 데 대해 블룸버그는 “테헤란이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지나는 핵심 경로를 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호르무즈해협을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이미 선박 한 척당 약 200만 달러(약 30억원) 수준의 통행료가 거론되며, 일부 유조선에는 부과가 시작됐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도 나왔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호르무즈해협을 재정적·지정학적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며 “전후 협상 구조까지 염두에 둔 장기 전략”으로 분석했다. 이란 국영 메흐르통신은 해협을 국가 수익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언급했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일간지 자반은 선박 국적 및 적대 행위 연루 정도에 따른 차등 과세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미 보수 성향 정치 매체 워싱턴이그제미너는 이날 칼럼을 통해 “이란이 종전 이후에도 이를 영구적인 수익 모델로 삼으려는 ‘테헤란 톨게이트’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 악시오스에 따르면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최근 S&P 글로벌 행사에서 “지금 승리를 선언하고 물러나면 이란이 해협의 소유권을 주장할 것이며, 통과 선박에 사실상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내 군사적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공습을 주고받는 한편, 이란의 핵심 인프라도 위협에 노출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이란 부셰르 원전 부지에 발사체가 낙하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